[베이스볼 브레이크] MVP는 테임즈? 박병호 역차별은 안 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7일 05시 45분


NC 에릭 테임즈(왼쪽)가 2015시즌 MVP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테임즈는 인상적 활약을 펼쳤지만, 넥센 박병호도 4년 연속 홈런왕·타점왕과 2년 연속 50홈런, 한 시즌 최다타점의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외국인선수의 수상이 적었다는 이유로 박병호가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스포츠동아DB
NC 에릭 테임즈(왼쪽)가 2015시즌 MVP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테임즈는 인상적 활약을 펼쳤지만, 넥센 박병호도 4년 연속 홈런왕·타점왕과 2년 연속 50홈런, 한 시즌 최다타점의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외국인선수의 수상이 적었다는 이유로 박병호가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 불이익 전례 되레 역차별 작용
박병호 첫 2년 연속 50홈런도 위대한 기록

얼마 전 방영된 한 케이블채널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어차피 우승은 ○○○’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6일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KBO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얘기가 들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밖에 나오지 않았고, 일본에선 구경도 못한 40홈런-40도루를 처음 달성한 NC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29)를 두고 ‘어차피 MVP는 테임즈’란 소리가 나온다.

올해 강력한 MVP(최우수선수) 후보는 2명이다. 테임즈와 넥센 박병호(29)다. 두 동갑내기 4번타자는 KBO리그를 쥐락펴락했다. 테임즈는 역대 첫 40-40 외에도 한 시즌 사이클링히트 2회라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타율 0.381로 수위타자에 올랐고, 득점(130개)과 출루율(0.497), 장타율(0.790)까지 4개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박병호는 4년 연속 홈런왕(53개)과 타점왕(146개)에 올랐다.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때려내고, 2003년 삼성 이승엽(144개)을 넘어 한 시즌 최다타점 신기록도 세웠다. 두 명 모두 ‘최초’의 사나이들이다.

박병호-테임즈, 모두 최고의 타자였다!

‘공동수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MVP 투표가 어려운 시즌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은 이상하리만큼 테임즈에 치우쳐 있다. 40-40 달성 이후 급격히 쏠리는 여론에 박병호가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박병호의 53홈런과 146타점을 두고 ‘144경기 체제로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테임즈도 마찬가지다. 예년이었으면 40-40은 불가능했다. 다만 둘이 1위를 차지한 기록을 보면, ‘누적’과 ‘평균’의 싸움이다. 박병호의 홈런과 타점은 누적 기록이지만, 테임즈는 득점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 기록이다.

세이버매트릭스 등 ‘확률’을 중시하는 현대야구에서 테임즈가 더 뛰어난 4번타자일 수 있다. 그러나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는 말이 있듯, 전통적인 4번타자의 가치를 더 크게 실현한 쪽은 박병호다. 도루는 4번타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아니다. 물론 테임즈도 1982년 백인천(0.740)을 넘어 최고 장타율을 기록하는 등 높은 가치를 증명했다.

● 이승엽 뛰어넘은 박병호, 역차별은 안 된다!


‘누가 뛰어나지 않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병호의 기록이 폄하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껏 MVP,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외국인선수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전례가 테임즈를 돕고, 박병호를 괴롭히고 있다.

역대 타자 MVP 중 홈런 타이틀이 없던 경우는 3차례에 불과했다. 모두 테임즈와 마찬가지로 타격왕이었다. 1987년 수위타자 장효조(삼성)가 처음이었고, 1994년 수위타자·최다안타·도루왕인 이종범(해태), 지난해 수위타자이자 최다안타왕인 서건창(넥센)뿐이었다.

이승엽도 하지 못한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에 이승엽의 타점 기록을 뛰어넘은 박병호. 그는 이승엽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최고로 올라섰지만, MVP 타이틀 앞에서 작아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서건창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인선수 차별에 대한 역풍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박병호에게 ‘역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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