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혹독한 체력훈련…‘거미줄 배구 2.0’ 더 탄탄해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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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취임 이후 2번째 시즌을 맞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뒷줄 왼쪽에서 6번째)이 높이를 세우고, 레프트 이재영과 테일러를 공격 중심에 두는 새 전술로 올 시즌 승부수를 걸었다. 사진제공|흥국생명
사령탑 취임 이후 2번째 시즌을 맞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뒷줄 왼쪽에서 6번째)이 높이를 세우고, 레프트 이재영과 테일러를 공격 중심에 두는 새 전술로 올 시즌 승부수를 걸었다. 사진제공|흥국생명
10. 흥국생명, 우승후보 변신

올 시즌 체력전…체력 강화·패턴플레이 완성
주예나 리베로 전환 새 시스템으로 높이 보강

공격 중심 레프트 이재영·테일러 ‘새 승부수’
감독 2년차 박미희 감독 “우승후보 입증할 것”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지난해 프로배구 사상 2번째 여자 사령탑으로 취임했을 때 “모든 상황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0일 개막하는 2번째 시즌을 앞두고 감독생활의 소회를 묻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답했다. 박 감독은 “모든 감독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한 시즌을 끝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짧다. 선수들이 가진 기술을 고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짧은 시즌 준비기간에 이를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현재로선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팀에 필요한 부분으로 쓰게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슈퍼루키 이재영을 선택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4시즌 만에 5할 승률을 달성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동공격과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즌 전 흥국생명과 연습경기를 치른 상대팀 감독들은 “이번 시즌 전력이 더 짜임새 있어졌다”며 우승 후보로 꼽았다. 5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베테랑 감독들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다진 박 감독은 ‘거미줄 배구’ 2.0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흥국생명이 체력강화에 힘쓴 이유는?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 다른 팀보다 평균연령이 어렸던 흥국생명은 젊은 만큼 체력은 좋았지만 이를 어떻게 쓸 줄 몰랐다. 박미희 감독은 “힘을 넣을 때와 뺄 때를 아는 것이 강약조절인데 선수들이 경험 부족으로 헛심을 많이 썼다. 이번에는 그 점을 고려해 체력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체력에 더 집중한 이유는 또 있다. 새 시즌은 유례없는 체력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격성공률의 저하, 특히 외국인선수의 결정력이 40% 이하로 떨어져 랠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스 역할을 못하는 외국인선수 때문에 공격 성공은 쉽지 않고, 경기시간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 선수에게 집중되는 일명 ‘몰빵 배구’도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반격하는 과정이 더 많아질 것이기에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폴리(전 현대건설) 니콜(전 도로공사) 등 강한 서브를 때리던 선수들이 올 시즌에는 없다. 서브리시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턴플레이가 많아질 것이다. 박 감독은 이를 고려해 체력강화와 함께 확실한 패턴플레이 완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 거미줄 배구에 필요한 것은 거리!

박미희 감독에게 배구는 각도와 거리의 경기다. 공격과 수비 때 각도를 강조한다. 또 하나는 거리다. 박 감독은 “혼자서 수비하는 것이 2명, 3명이 모여서 수비하는 것보다 더 쉽다. 2명이 하면 서로 방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배구는 선수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빠른 발을 이용해 부지런히 공을 잡아냈다. 박 감독은 “이삭 줍듯”이란 표현을 썼다.

손보다는 발에 중점을 뒀던 배구의 진화를 위해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예측이라는 센스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은 기대치에 밑돌지만 코트에서 6명이 최적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잘 읽는다면 거미줄은 더 끈끈해질 수 있다. 공격보다는 안정적 수비가 좋은 테일러 심슨을 용병으로 택한 이유도 수비배구를 위한 포석이다. 그동안 잊혀졌던 한국여자배구의 장점인 강한 수비와 빠른 플레이, 코트 전면을 이용하는 다양한 이동공격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흥국생명이다.


● 시즌 전략과 팀 전술 변화


새 시즌 팀 전술의 가장 큰 변화는 공격의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라이트에서 공격했던 레이첼 루크를 대신해 레프트에 수비형 선수 테일러를 택했다. 라이트에는 정시영과 공윤희가 투입된다. 정시영은 강한 파괴력이 장점이다. 공윤희는 상황에 따라 공을 달래서 때리는 기술이 좋다.

흥국생명의 또 다른 변화는 블로킹의 높이다. 아직 사이드블로킹에서 정시영, 공윤희의 자리 잡는 능력과 정확한 블로킹 타이밍 포착이 아쉽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팀 전체의 높이가 종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레프트 주예나를 리베로로 전환한 이유도 높이를 보강하기 위한 박미희 감독의 고민 결과다.

레프트는 이재영과 테일러가 주전이다. 박 감독은 “모든 선수가 골고루 득점해주는 것이 좋다. 한쪽에 집중되면 체력 부담도 있다. 라이트에서 20득점만 해주면 쉽게 경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공수에서 압도적 기량을 갖추진 않았지만, 팀에 잘 녹아든 플레이를 한다.

또 다른 변화는 센터 김혜진의 활용법이다. 전위에서 공격의 연결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한다. 박 감독이 선수시절 주로 했던 플레이다. 높지는 않지만 빠른 김혜진의 이동능력을 살려가면서 제2의 세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 조송화의 부상은 아킬레스건!

흥국생명은 다양한 공격 패턴을 준비해왔지만, 박미희 감독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7월 월드컵에 출전한 뒤 돌아온 조송화는 오른쪽 무릎 건염으로 재활에 전념해왔다. 10월초에야 본격적으로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테일러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 점이 찜찜하다. 주전 세터를 중심으로 공격 시스템을 조련할 시간이 부족했던 흥국생명은 2년차 김도희 체제로 연습경기와 시스템 훈련을 해왔다. 7월부터 김도희의 육성을 맡았던 이수정 세터전담코치가 최악의 경우 경기에 투입될 수도 있다. 신고선수 출신 김도희에게는 이번 시즌이 인생의 기회다. 조송화가 없는 동안 매일 힘든 훈련에 울면서 매달린 끝에 안정감을 갖췄다. 박 감독은 “1라운드 몇 경기는 조송화 없이 경기를 해야 한다. 김도희를 믿는다”고 말했다.

● 키플레이어-월드컵에서의 좌절로 독기가 오른 이재영


이재영은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일본 월드컵에서 좌절을 맛봤다. 별렀던 일본전에서 리시브 불안으로 초반 교체된 이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이 큰 충격이었다. 배구를 시작한 뒤로 그렇게 주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어 더욱 쇼크였다. 그날 밤 많은 눈물을 흘렸던 이재영은 팀에 복귀하자마자 리시브에 매달렸다. 박미희 감독은 “그 이후 매일 밤 리시브 훈련을 한다. 다른 선수 같으면 멘붕이 왔을 텐데 정말 멘탈이 강하다”고 칭찬했다. 이재영은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리시브 훈련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리시브에서 강약조절과 함께 너무 덤비지 말 것을 주문한다.

V리그 2년차 이재영은 이미 팀의 에이스다. 높은 점프를 이용한 탄력 넘치는 공격은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대의 블로킹을 이용하고 빈 공간을 노리는 연타 능력까지 갖춰 점점 더 완벽한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시즌 이재영의 공격 수치를 보면 흥국생명의 성적이 보일 듯하다. 이재영은 최우수선수(MVP)를 노리고 있다. 시즌 MVP는 그동안 리그 1위 팀에서 배출됐던 것이 관례다.

용인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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