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 황우여… 총선 나갈 각료들도 조속히 정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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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공천 개입 논란을 빚자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그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을 사퇴시켰다. 청와대는 “두 사람 이외에 거취를 표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공천에 개입할 의사도, 청와대 참모들을 전략 공천할 의도도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통령을 둘러싼 공천 개입 논란이 불식될지는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경제와 개혁을 위해서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총선 출마와 관련해 조기 사퇴설이 돌던 의원 출신 국무위원들을 향해 헛된 생각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사실상 총선 국면에 접어들어 지역마다 예상 후보자들이 뛰고 있는데 의원 출신 장관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개혁의 성과도 내기 힘들다.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 등 5명이다. 현직 국회의원의 장관 기용은 삼권분립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선거일 3개월 전(내년 1월 14일) 사퇴해야 할 10개월짜리 장관을 올 3월 기용한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이들 외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황 부총리는 오래전부터 지역구에 공을 들이면서 교육개혁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부총리와 정 장관은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했다가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렸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장관들이 소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곧 그만둘 장관 밑에서 공직 기강이 바로 설지도 의문이고 내놓는 정책이나 행사 참석 때마다 ‘총선용’이라는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지나치지만 대통령도 그런 반응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대통령이 선거 개입을 않겠다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에 나갈 각료들도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거와 무관하고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로 내각을 다시 짜 개혁과 국정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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