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通貨 끝모를 추락… 국내투자자 망연자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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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알화 가치 하락에 정치불안 겹쳐 2015년초이후 주식형펀드 수익률 ―35%
국내서 6조원 팔린 국채도 반토막

브라질 경제가 통화가치 급락, 정치 불안 등의 내우외환으로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브라질 펀드와 국채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해외펀드 중 최하위로 주저앉았고, 국내에서 6조 원가량 팔린 브라질 국채의 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브라질의 경제 회복세를 이끌 만한 반등 요인이 없어 이 같은 투자 실적 부진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브라질 경기 둔화를 이끈 원자재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브라질에서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5일 현재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5.76%로 곤두박질쳤다. 해외펀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30%대 손실을 냈다. 최근 1년 평균 수익률도 ―40.65%로 가장 낮다.

브라질 증시가 올해 고점이던 5월 초보다 18% 이상 하락한 데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한 탓이다. 국내에 설정된 브라질 펀드의 대부분은 헤알화 변동에 대한 환헤지를 하지 않아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펀드 수익률도 떨어진다.

지난달 22일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헤알화가 공식 통화로 사용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4헤알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헤알화 가치는 최저치)를 경신했다. 5일 현재 달러당 3.91헤알로 다소 안정됐지만 연초보다 45% 오른 수준이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브라질 국채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9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판매 잔액은 5조8000억 원 수준이다. 브라질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2010∼2012년 연 10%대의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올 들어서도 브라질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투자자가 가세했다.

하지만 2011년 최고 690원대로 치솟았던 원-헤알 환율이 최근 3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원금의 반 토막 이상의 대규모 환차손을 보게 됐다. 여기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뒤 브라질 국채의 가격 하락(국채금리는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9월 초 14%대였던 브라질 10년 국채 금리는 최근 16%대까지 치솟았다. 환차손에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까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브라질 경제가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의 급락과 브라질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으로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 경제의 성장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현지 시간)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5%로 기존보다 더 내렸다. 내년 성장률도 ―1.0%로 전망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부환경이 악화되면서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 물가불안, 외화자본 유출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브라질 경제의 취약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브라질 주식, 채권, 환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브라질 상품의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분할 매수 등의 ‘물타기’에 나서면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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