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해운대]낭만이 흐르는 한국 대표 마천루… 해외로 수출하는 ‘문화1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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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발전의 축, 마린시티

“와! 정말 멋지다.” 1일 오후 9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한 특급호텔 앞. 서울에서 온 취업 준비생 김모 씨(25·여)는 친구 3명과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들은 아름다운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번갈아가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 씨는 “이날 개막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표를 구하지 못해 울적했는데 멋진 야경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 친구는 “홍콩보다 낫다. 부산은 영화처럼 낭만적인 도시”라며 엄지를 세웠다.

여기가 한국의 마천루

해운대 바닷가에 고층 건물이 밀집한 마린시티는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富村)으로 알려진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와 두 번째로 높은 해운대아이파크(72층)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현대하이페리온 현대카멜리아 우신골든스위트 두산위브포세이돈 대우월드마크 등 30층 이상 마천루가 즐비하다. 이 일대는 뛰어난 바다 조망으로 매매가가 높다.

마린시티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최고급 아파트의 로열층은 3.3㎡당 2000만 원 중반대를 넘어 매매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저녁때면 아파트 주변에 늘어선 수십 개의 음식점과 주점에는 늘 사람이 넘쳐난다. 이곳에 사는 대학교수 A 씨는 “근처에 동백섬과 해운대해수욕장, 달맞이고개, 수영만 요트경기장 있어 산책하기 좋고 승용차로 20∼40분 거리에 시설 좋은 골프장이 서너 군데 된다”고 말했다.

요즘 마린시티의 가장 핫(hot)한 장소는 올 2월 준공된 영화의 거리다. 해운대구가 12억 원을 들여 호텔 파크하얏트부산에서 아델리스 아파트에 이르는 도로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꾸몄다. 1.2m 높이로 쌓은 길이 800m의 해안 방벽을 따라 만들어진 영화의 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영화의 거리는 ‘영화와 놀고 즐기기’를 주제로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모티브로 한 산토리니 광장, 천만 관객 영화 존, 애니메이션 존,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존 등으로 구성됐다.

산토리니 광장에는 로봇태권브이와 스파이더맨 등 영화 조형물로 꾸며진 포토존과 안성기 김혜수 등 국내 톱스타와 감독 12명의 핸드프린팅이 설치됐다. 1일 이곳에서 만난 박성철 씨(40·경남 김해시)는 “영화도시 부산의 분위기와 느낌이 배어 있는 곳”이라며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종종 찾는다”고 했다.

천만 관객 영화 존에는 흥행 돌풍을 일으킨 ‘변호인’ ‘명량’ 등 국내 영화 9편의 포스터와 주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애니메이션 존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 ‘뽀로로’ 등 유명 작품 8편의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또 영화 ‘해운대’ ‘엽기적인 그녀’ ‘친구’ 등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8편의 포스터와 주요 장면, 뒷이야기를 담은 동판도 설치됐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1000만 관객 영화존에 최신 흥행작의 포스터를 추가 설치하는 등 다음 달까지 영화의 거리에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로 진출하는 도시 개발 모델

지난달 초 해운대구 공무원과 관광·문화 분야 관계자 등 16명이 필리핀의 해양도시 파라냐케시를 방문했다. “마린시티를 도시 개발의 모델로 삼고 싶다”며 자매결연 제안이 왔기 때문. 인구 60만 명 규모의 파라냐케 시는 마닐라를 구성하는 17개의 도시 중 하나다. 주거지가 밀집한 마닐라의 외곽 도시다.

이 도시는 최근 3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5성급 호텔이 2개 들어섰고 앞으로 3개를 더 지을 예정이다. 필리핀은 파라냐케 시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카지노와 게임 등으로 특화된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필리핀 정부와 파라냐케 시는 내년부터 3조 원을 투입해 거대한 인공섬 위에 ‘마닐라 베이’를 건설한다. 인공섬은 ‘마닐라 엔터테인먼트시티’라는 명칭으로 카지노 해양레저 게임 여가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관광시설로 꾸며진다. 파라냐케 시는 인공섬 조성 방식에 해운대의 마린시티를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마린시티는 1983년부터 4년간 해운대구 우동 일대 39만6026m²의 공유수면을 매립한 뒤 주거단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1년 첫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된 뒤 수차례 개발 계획이 변경되면서 해운대를 세계 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 해운대 발전의 축, 센텀시티

IT·쇼핑·주거가 있는 미래 도시… 첨단기업 몰려드는 ‘산업1번지’
“마린시티는 바다와 가까운 곳이란 뜻이겠지요. 그런데 왜 여기는 센텀시티라고 부르지요?” 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강변에서 거래처 방문차 왔다는 오민석 씨(30)는 센텀시티의 느낌을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유명 기업은 많지 않지만 센텀시티는 서울의 테헤란로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센텀시티는 라틴어로 100을 뜻하는 센텀(centum)과 도시(city)의 합성어로 ‘100% 완벽한 첨단 도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센텀시티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과 재송동에 걸쳐 117만 8000m² 규모로 조성됐다. 정보기술(IT) 영상 관광 전시·컨벤션 쇼핑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첨단 미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수영구 민락동에서 수영 2, 3호교, 연제구 연산동에서 수영 4호교를 건너 해운대로 들어올 때 보이는 고층 건물 밀집 지역이 센텀시티다.

군 공항에서 첨단산업단지로

센텀시티 자리는 원래 군 공항이었다. 1976년 비행장 기능이 김해국제공항으로 옮겨간 뒤에는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사용됐다. 부산시는 1997년 이곳을 ‘부산 정보단지’라는 이름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동(東)부산 관광단지, 서(西)부산권 유통단지 개발과 함께 부산의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시동을 걸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2001년 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BEXCO)가 완공되면서 센텀시티 개발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벡스코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조 추첨 행사로 유명해졌다. 이후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잇달아 유치하면서 부산을 국제회의 도시 메카로 만들었다.

이곳에는 아파트형 공장과 오피스 빌딩, 주상복합 건물, 주거 시설 등이 구역별로 들어섰다.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 등을 지원하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방송 미디어를 체험할 수 있는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동남권의 디자인 산업을 지원하는 부산디자인센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 연구를 맡고 있는 APEC기후센터 등 공공시설도 입주했다.

특히 센텀시티는 영화·영상과 애니메이션, 게임, 방송광고, 정보통신업체가 속속 둥지를 틀면서 ‘문화클러스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건물에는 50여 개 게임업체가 입주한 데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 등 수도권 게임업체 20여 개가 센텀시티로 본사를 옮겼다. 인근 에이스하이테크 등 아파트형 공장 10여 곳에도 600여 개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정보통신 벤처업체들이 자리 잡았다.

이밖에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백화점, 홈플러스가 모인 유통 거리와 병원 거리도 형성돼 있다. 센텀파크, 센텀스타, 대우월드마크센텀, 한화 꿈에그린, 트럼프월드센텀 등 초고층 아파트도 즐비하다. 현재 센텀시티에는 1548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이 중 지식·정보통신사업 등 비제조업이 93%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국제회의도시로 발돋움


6월 국제회의연합(UIA)이 발표한 ‘2014 국제회의 순위’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153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아시아 5위, 세계 13위를 차지했다. 비록 전년도의 아시아 4위, 세계 9위에 비해 순위가 조금 하락했지만 벡스코의 짧은 역사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부산시는 센텀시티 일대를 ‘마이스(MICE) 복합지구’로 만들 계획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박람회 및 각종 국제회의, 상품·지식·정보 등 교류 모임, 이벤트 및 전시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시는 벡스코를 중심으로 인근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부산시립미술관, 영화의 전당, 센텀시티 일대 쇼핑몰과 호텔 등을 묶어 마이스 참가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벡스코 인근에 광장을 만들고 호텔과 쇼핑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MICE 로드’도 구상 중이다.

김광회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업무와 쇼핑, 휴양을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복합지구를 만들고, 흩어져 있는 관련 시설의 공간 재배치를 통해 집적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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