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보육정책은 아이 눈높이로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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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아이는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배우는 순서나 속도, 상황에 대한 예민함과 요구도 다르다. 누군가 아이의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해 순간마다 반응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간절한 원함을 지나치는 때가 많다. 매일 아이에게 관심을 쏟고 시간을 보내야만 아이의 표현양식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에게 아이는 애착을 형성한다. 이는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기초가 된다.

아이가 믿고 따르는 성인 한 사람과 편안한 일상적 상황에서 생애의 첫 과제를 천천히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양육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정책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성인 집단끼리 무리지어 언성을 높이고 있다. 보육시간 축소와 어린이집 보육 순위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무상보육의 퇴보라 질타한다.

하지만 정책의 대상인 아이에게 물어봤는가? ‘너에게 무엇이 최적의 상황일까? 아니 최선의 접근은 무엇일까?’ 영아기 보육정책은 매우 조심스럽게 설계돼야 한다. 보육에 대한 양적인 시간 및 수요 확대가 질적 성장과 환경을 담보하지 않는다. 영아기 아이에게 집단 양육은 개별 양육, 즉 엄마 품만큼 좋은 조건은 아니다. 나라마다 영아기 보육을 위한 조건을 까다롭게 정하고 교사들의 민감성,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보수교육을 하며 교사 대 영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보육기관의 양적 확산을 위해, 정치적 표를 얻기 위해 국가가 대신 아이를 맡아서 키워준다는 공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육아에 지친 상황은 대신 키워주는 게 아니라 육아지원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전국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 가면 부모를 위한 교육, 상담, 시간제 놀이, 놀잇감과 그림책 대여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부모가 육아를 담당할 수는 없다. 어린이집에 오는 영아를 위해 우수한 교사진의 재교육 참여와 근무환경을 강화해야 한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연습이 없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모도 어린이집이 공짜니까, 보내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 등의 생각은 하지 말자. 아이를 위한 최선의 환경 조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아이에게 묻자.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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