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함평군 “‘살아있는 교과서’ 추사 박물관 세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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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청, 함평여중고 터 제공… 나비엑스포공원 체험시설과 연계
교육관광문화벨트 중심축 기대

추사의 방원인필(倣元人筆) 산수화. 문인서화가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는 희귀 작품이다. 함평군 제공
추사의 방원인필(倣元人筆) 산수화. 문인서화가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는 희귀 작품이다. 함평군 제공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이헌서예관에서 국내 문화재 전문가 6명이 모여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을 감정 평가했다. 이들은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KBS1TV 진품명품 감정위원, 추사학회 회장, 대학 교수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문화재 감정 평가 전문가다. 이날 감정한 추사 작품은 글씨 45점과 현판 9점, 편지 11점, 그림 4점 등 총 69점. 심의 결과 모두 진품으로 확인됐고 감정가액은 최고 251억 원, 최저 160억 원, 평균 204억 원으로 평가됐다. 추사의 5대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가정유예첩(家庭遊藝帖)’은 가장 높은 금액인 31억 원이나 됐다. 추사가 제주 유배에서 풀려난 후 추사체 완성기인 경기 과천 시절 작품으로, 추사체의 궁극인 첩(帖)과 비(碑) 혼융의 결정체를 보여 주고 있다.

○추사 작품은 ‘살아 있는 교과서’


추사는 시서화(詩書畵)·유불선(儒彿仙)·문사철(文史哲))을 관통하는 인물로 조선 후기 문화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국제 조류를 적극 수용하고, 우리 것과 결합해 자기화해 냄으로써 19세기 서예사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했다. 전남도교육청과 함평군이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보여 주는 ‘추사 김정희 박물관’ 건립에 나섰다.

추사 김정희 박물관 건립은 지난해 10월 ‘함평 국향대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추사 남도에서 만나다’ 특별전시회가 계기가 됐다. 함평군 나산면이 고향인 안백순 씨(83)가 소장한 추사 작품을 전시회에 무상 제공했다. 안 씨는 추사와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학자 문인의 서예 작품 전문 수집가다. 안 씨는 전시회가 끝난 뒤 고향 발전을 위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남도교육청은 박물관 건립을 위해 함평여중고 터를 제공키로 하고,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 2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함평여중고는 2018년 2월 폐교 예정이다. 박물관 운영은 전남도교육청이 맡고 함평군은 기증받은 작품을 박물관에 무상 대여하는 방식이다.
○ 엑스포공원 체험 시설과 연계

함평군은 거점 고교 건립으로 폐교하는 함평여중고 터에 박물관을 건립할 경우 폐교 터 구입비 42억 원을 절감하고 주변 관광 교육 인프라와 접목해 상승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평나비엑스포공원 인근에 위치한 함평여중고 터는 1만8206m²(약 5517평)다. 엑스포공원(99만 m²)에는 함평군립미술관과 나비생태관, 자연생태관, 다육식물관, 황금박쥐생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함평군은 나산면 생활유물전시관의 유물 6500여 점을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할 예정이다.

전남도교육청은 박물관이 건립되면 전남 지역 24만여 명의 학생을 포함해 광주, 서울 등 대도시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중앙투융자심사를 거치면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엑스포공원에 체험 시설이 많기 때문에 박물관이 교육관광문화벨트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평군은 추사 작품 감정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증 절차를 거치고 주민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안병호 함평군수는 “추사 박물관을 건립하면 총 446억 원의 직접 투자효과를 거두게 된다”면서 “재정이 열악한 함평군에 교육 및 관광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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