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갈길 바쁜 靑… “공천싸움 이제 그만” 집안정리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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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천룰 갈등]총선출마 靑참모 조기 확정

청와대가 총선 출마자를 조기에 솎아 낸 것은 전략공천 시비에 더는 휘말리지 않고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측과 공천 룰 협상을 벌이고 있는 친박계(친박근혜)를 향해 ‘청와대 전략공천’이란 멍에를 벗으라는 메시지도 깔려 있다.

청와대의 총선 출마자 조기 정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김 대표와의 공천 룰 갈등에서 박 대통령은 전략공천을 통해 지분을 챙기려는 사람으로 공격당한 것을 매우 언짢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공천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5일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공천권이나 지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며 “공천권 갈등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박 대통령 생각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참모들을 계속 붙잡고 있어도 국정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과 얘기해 보면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정말 개혁과 경제 살리기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는 지난주부터 총선 출마자들을 가려내는 작업을 했다. 일일이 출마 의사를 물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인천 출마에, 박종준 경호실 차장은 세종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에 대해 “안 수석이 없으면 경제는 누가 챙기느냐”고 말했고,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해서는 “출마설 자체가 잘못됐다”고 일축했다.

집안 단속을 마친 박 대통령이 개혁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김 대표와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천 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안심번호 공천제’ 합의에 불쾌해했던 박 대통령이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 연내 개혁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김 대표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 ‘전략적 제휴’는 박 대통령에게 나쁘지 않은 카드다.

김 대표도 박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국군의 날 기념식(1일)과 세계 군인체육대회 개회식(2일) 등 박 대통령 참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날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과 웃으며 목례를 나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반드시 연내에 노동 개혁 입법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노동개혁을 강조했고, 역사교과서와 관련해선 “우리나라 학생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를 잘 아는 여권 인사들은 김 대표에 대해 “박(朴)은 좋아하는데 친박은 싫어한다”며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도 박 대통령과 친박을 분리해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여권#총선#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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