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칼리지 신촌으로 확대” 정갑영 연세대 총장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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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새 단장을 마친 백양로를 배경으로 정갑영 총장이 ‘제3의 창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새 단장을 마친 백양로를 배경으로 정갑영 총장이 ‘제3의 창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뿌리내린 ‘레지덴셜칼리지(RC·기숙형 대학교육)’를 신촌캠퍼스의 2학년 학생들에게 확대하고 컴퓨터 과학의 이론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꼭 받게 하겠습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64·사진)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구상이다. 7일 봉헌식을 앞둔 새 백양로 앞에서 정 총장은 연세대에서는 ‘제3의 창학’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구상들을 쏟아냈다. 연세대 내부 구성원 스스로가 “우리는 독과점 기업 아니냐”라고 얘기할 정도로 사학 명문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지만 정 총장의 머릿속에는 강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 “3인1실 기숙형 칼리지 늘려… ‘컴퓨팅적 사고력’ 키워줄것” ▼

‘제3 창학’ 총력 정갑영 연세대 총장

“어떤 변화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합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상상하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바뀌는 세상, 대학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은 교문을 나서는 순간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함께였다. 이제는 대학이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 총장은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레지덴셜(기숙형) 칼리지 프로그램이 이런 교육의 일환이며, 2012년 2월 취임 후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학교 안팎에서 우려가 컸지만 이젠 그 성과가 학교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촌에도 레지덴셜 칼리지 도입

연세대는 레지덴셜 칼리지에서 자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학생들이 매 학기 18학점인 학과 이수학점을 뛰어넘어 30학점 수준의 학습량을 소화한다는 판단 아래 이를 신촌캠퍼스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촌캠퍼스의 기숙사 시설을 확충한 뒤 이르면 2018년부터 2학년 학생을 1년 더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는 내용이다. 정 총장은 “확대 시행한다면 대부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어 핵심이 레지덴셜 칼리지”라며 “학원식 대량교육에서 벗어나고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 혼자 방을 써온 자신의 자녀를 좀 배려해 달라는 유명 인사의 ‘청탁’을 거절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전공이 다른 세 명의 학생이 한방을 쓰면서 서로 교류하고 배려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에서다.

○ 컴퓨팅 사고력 과목 필수

컴퓨팅적 사고력(CT·Computational Thinking)을 기반에 둔 교육의 비중을 키우겠다는 계획 역시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의 일부분이다. CT 교육은 컴퓨터 원리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 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수백만 권의 장서를 분석해 인류학의 변천을 알아보는 식의 연구가 가능하다. 정 총장은 “논리력과 분석력 창의력 등을 키울 수 있어 최근 미국 대학에선 CT 관련 과목의 인기가 가장 높다”며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해 CT 교육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교육역량 강화와 더불어 연구력을 키우고 학교 운영을 효율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제3의 창학’ 역시 중요한 화두다. 정 총장은 “대학의 탁월성은 결국 학문적 수월성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석학 수준의 인력은 365일 언제든지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까지 불리는 교직원 처우와 관련해 새로 뽑는 직원의 연봉을 20%가량 낮추고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더 많은 소외계층 선발

입시제도와 관련해서는 소외계층 선발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내년 초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그동안 ‘연세한마음 전형’으로 매년 100명 내외를 선발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해진 정원도 채우지 못한 것이 연세대의 고민이다. 정 총장은 “학생을 선발한 이후에 학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춰 기본 실력을 갖춘 소외계층의 입학 기회를 더 많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7일 봉헌식을 앞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과 기대를 나타냈다. 6만6000m²에 이르는 신촌캠퍼스 백양로 지상공간을 차 없는 녹지공간으로 만들고 지하는 각종 교육·문화공간과 주차장으로 만든 사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신촌캠퍼스 전체의 지도를 바꿔 놓는 수준의 사업 규모 때문에 쉽사리 추진되지 않았다. 정 총장은 “신촌캠퍼스 전체의 생활양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마련할 때 2만 명이 넘는 동문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우리 대학을 넘어 사회에도 ‘참여와 관심’의 중요성을 전해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동영 argus@donga.com·김도형 기자
#정갑영#인터뷰#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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