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 읽는 카드사… 비결은 빅데이터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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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해지하려 전화했더니… “맞춤 서비스 제공”
특정 단어-목소리 떨림까지 감지… 불만 미리 해소해 고객이탈 차단

“그러니까 나중에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만 이해가 잘 안되는 게 있는데요.”

KB국민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으로 카드를 신청한 A 씨는 조만간 카드사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카드가 지난달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음성상담 문자전환 시스템(STT·Speech To Text)’을 통해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이야기는 실시간으로 문자화돼 서버에 저장되고, 저장된 데이터는 카드 불완전 판매를 걸러내는 데 활용된다. ‘취소’나 ‘반품’, 또는 ‘그러니까’ ‘그렇지만’ ‘맞는 거죠?’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면 불완전 판매 위험지수가 높아진다. 이런 단어를 쓴 고객에게는 KB카드가 전화를 다시 걸어 상품을 잘 이해하고 가입했는지 재차 확인한다. 불완전 판매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처럼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까지 읽는 카드업체들이 늘고 있다. 방대한 양의 고객 상담 정보를 의미 있는 정보로 걸러내는 데에는 빅데이터의 역할이 크다.

하나카드는 고객의 목소리를 읽고 잠재적 불만고객을 가려내는 ‘감정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이달부터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축적된 고객 상담 빅데이터로 특정한 목소리 톤이나 단어가 들어가면 고객의 불만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추출해낸다. 실제 고객의 전화상담 내용을 녹음한 뒤 목소리 톤과 통화시간, 특정 단어 등을 기준으로 불만이 큰 고객을 선별하는 것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살짝 격앙된 목소리나 말의 떨림 등 상담사도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톤의 변화를 잡아내 고객의 불만을 미리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 불만고객으로 분류된 고객에게는 추가 상담을 실시한다.

카드를 해지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사들도 있다. 고객들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닌 카드사의 철저한 분석과 계획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카드는 이탈 고객을 붙잡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전화상담 내용을 메모로 만들어 데이터로 저장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해당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상담원의 모니터에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이므로 주의해서 응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카드 해지를 막기 위해 무이자할부 등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카드사들이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 하는 것은 카드시장의 포화로 고객 잡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더이상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카드 영업의 우선순위가 됐다”며 “미리 고객의 불만을 방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찾아 제공하려 고도화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카드사#빅데이터#고객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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