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최대 IPO 될 ‘일본우정’ 11월 상장…아베노믹스 2기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5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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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금융권 최대의 화두는 11월 4일로 다가온 일본우정(日本郵政)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이다. 일본우정그룹 지주사인 일본우정과 자회사인 유초(郵貯)은행, 간포(簡保)생명보험을 합쳐 3개 회사가 동시에 상장된다. 예상 조달금액은 약 1조4000억 엔(13조7200억 원)으로 올해 세계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미국 IT업체 페이스북이 160억 달러(약 18조8800억 원),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250억 달러(약 29조5000억 원)를 조달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이 정도 규모의 IPO는 세계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 국내로 봐도 유·무선 전화사업의 민영화 때인 1987년 NTT(2조2000억 엔), 1998년 NTT도코모(2조1000억 엔)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예상시가총액은 약 13조7000억 엔(132조8900억 원)으로, 상장 후에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NTT 등을 제치고 바로 도요타(25조 엔)에 이어 일본 내 시총 2위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우정 상장이 주목받는 건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상장은 지난달 24일 제3차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신조(安倍晋三·60)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2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직 본 궤도에 이르지 못한 세 번째 화살, 즉 ‘규제개혁’이라는 함의가 일본우정 상장에 깔려 있다.

이번 상장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우정 개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됐던 정부 프로젝트의 최종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버블시대부터 국채발행을 늘려온 일본정부는 발행된 국채의 인수 주체로 유초은행을 지명했다. 국채는 민간에서 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100% 민영은행이라 볼 수 없는 유초은행을 통해 흡수해왔다. 또한 일본우정 산하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있는 2만4000개 우체국 중 시골의 상당수 영업소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는 일본우정 덕분에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며 ‘부정부패의 온상’ ‘집권 자민당의 사금고’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 IPO로 아베 정권의 개혁 이미지를 만들고, 동일본대지진 부흥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모는 해외기관 몫 20%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80%를 소화한다. 개인자산 강국답게 일본 공모분 중에는 95%를 개인에게 배정한다. 정부, 주간 증권사, 언론이 합세해 ‘초저금리 시대의 안정적 배당상품’이라는 명목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다. 다만 최근 증시 불안정과 정부기관 특유의 비효율, 고비용 문제가 부각돼 9월의 해외기관 마케팅 로드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일본우정 IPO가 일본 현지의 기대대로 아베노믹스 2기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릴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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