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약장수처럼…” 노인들 등쳐 9억 상당 물건 판 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5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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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전남 나주시내의 한 건물. 김모 씨(51)는 노인들이 보는 앞에서 영업팀장 이모 씨(41)를 야단치는 척했다. 김 씨는 이 씨에게 “가난한데 애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니냐”, “판매실적이 적어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약장수’ 같은 딱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이를 지켜본 노인들은 이것저적 물건을 사줬다. 이처럼 노인들을 상대로 각종 식품, 의료기기를 허위과장 광고해 판매하는 속칭 ‘떴다방’ 업계에서 영화 약장수 분위기 연출은 전통적인 수법이 됐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2월 경운기 사고로 허리장애를 입어 몸을 제대로 펼 수 없는 할머니 A 씨(76)에게 ‘속옷을 입으면 허리가 펴진다’며 49만 원 짜리 보정속옷을 팔았다. 또 올 2월엔 암에 걸린 할아버지 B 씨(72)에게 ‘암을 고칠 수 있다’며 148만 원짜리 흑삼을 판매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노인들에게 흑삼, 녹용 등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김 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동안 노인 300명에게 8억 9000만 원 상당의 각종 물건을 허위과장 광고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노인 상당수는 몇 천 원짜리 수박 1통 제대로 사먹지 못하고 돈을 아껴 모았다”며 “노인들은 귀신에 씌어 물건을 산 것 같다는 넋두리를 했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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