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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45>어린이보험, 왜 깨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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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45>어린이보험, 왜 깨라고 할까?

홍수용 기자 입력 2015-10-05 03:00수정 2015-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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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보험설계사는 ‘잡은 물고기’인 기존 고객에게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 한다면 열에 아홉은 ‘보험을 갈아타라’고 할 때다. 자기 실적을 올리려는 취지여서 무시하는 게 낫다.

요즘 어린이보험에 든 부모들은 심심찮게 설계사의 전화를 받고 있다. 기존 어린이보험을 깨고 어른용 일반 실손보험(가입자가 실제 낸 의료비를 주는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건데 그 논리가 매우 그럴듯하다.

이 논리를 따지기에 앞서 많은 어린이보험은 실손보험의 한 종류이며 대부분 보장기간이 20세 정도로 짧다는 기본을 알아두자. 어린이보험을 포함한 실손보험 보장한도는 100%였다가 2009년 10월부터 90%로 줄어든 뒤 지난달부터 80%로 감소했다.


‘어린이보험을 깨고 갈아타라’는 조언을 분석해보면 설계사들은 만기 무렵에 실손보험 보장한도가 70% 수준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펼친다. 어린이보험을 당장 해지하고 100세까지 보장되는 실손보험에 들어 80% 수준의 보장을 안정적으로 받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어린이보험은 대부분 의료비의 90∼100%를 보장해준다. 설계사의 권고는 결국 유리한 어린이보험을 버리고 불리한 실손보험으로 바꾸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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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풀이를 보면 일단 허탈감이 든다. 12년 전 기자의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한 설계사는 ‘20세 만기 어린이보험’을 권하면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가 의료비를 내고 성인이 되면 자녀가 책임지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은 “물려줄 재산도 별로 없을 텐데 실손보험이라도 제대로 된 조건으로 가입해 줘야지 않느냐”고 말을 바꾸고 있다.

기자가 가입한 어린이보험은 만기 때 보험료 적립액을 돌려받는 환급형으로 지금 보면 보장이율이 매우 높았다. 만기 때 보험사에 꽤 부담이 될 것이다. 보험사로서는 장기 보장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20세 만기 어린이보험을 권했다가 요즘 초저금리로 보장이율이 부담스러워지자 해지하라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린이보험을 중도해지하고 갈아타면 보험사 편에서는 이자 지급 부담이 줄어들고 신규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설계사 말을 무시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보험사 손해가 커지는 점은 사실이다. 길게 보면 실손보험 보장한도를 더 떨어뜨려 보험사 손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거듭 나올 것이고 금융당국은 금융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이 주장을 들어주려 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는 실손보험 조건이 더 불리해지므로 그전에 가입하라는 권고가 허풍만은 아니다.

소비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다. ①어린이보험을 유지하다 만기 후 실손보험에 든다. ②어린이보험을 지금 해지하고 100세 만기 실손보험으로 갈아탄다. ③어린이보험을 유지하되 100세 만기 정액보험을 추가로 든다.

①번은 ‘손에 쥔 떡 그냥 쥐고 가기’ 전략이다.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져서 실손보험 보장한도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보장한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고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②번은 리스크 최소화 방안이다. 즉, 어린이보험 해지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녀가 최소한 지금 수준의 보장(80%)을 받게 해주려는 게 주목적이다. 만약 자녀가 심각한 질병에 걸려 어린이보험으로 치료한다면 당장 치료비는 해결되지만 추후 어른용 실손보험 가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설계사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③번은 보험료를 더 들여 부족한 보장 부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존 어린이보험은 놔둔 채 암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원래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100세 만기 정액보험’에 추가 가입하는 것이다. 자녀가 20세가 되면 그때의 조건대로 어른용 실손보험에 들면 된다. 설령 추후 실손보험 보장한도가 줄어도 미리 가입해둔 정액보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

‘어린이’ 명칭이 붙은 금융상품은 어른상품과 같은 구조인데도 포장만 달리 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펀드라고 해서 일반 펀드와 달리 장난감 회사 주식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보험을 두고 혼란을 겪는다면 애초 어린이보험, 어른보험이 다른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지금 어린이보험을 고른다면 100세 보장 조건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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