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선거구 개편’ 1년동안 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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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정치부
고성호·정치부
내년 4월 총선 룰 작업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여야 정치권은 ‘의원정수 300명 유지’에만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도 2일 8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지역구 의석수도 결정하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5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선거구를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서로 벽에다 대고 소리만 높이는 형국이다.

정작 여야는 공천 룰을 놓고 계파 갈등에 몰입해 있다. 친박-비박, 친노-비노로 갈라져 매일같이 치고받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국회 처리 시한인 11월 13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 15일까지도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여야는 ‘시간 타령’을 할 자격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선거구 인구 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구 대폭 조정은 예고된 일정이었다. 농어촌 지역구 문제를 푸는 해법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는데도 서로 차일피일 미뤄 놓은 것이다. 여야가 사실상 직무 유기를 한 셈이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도 2일 전체회의를 산회하면서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는 무책임을 드러냈다. 획정위는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4일 보도자료를 내고 “13일로 예정된 획정안 제출 기한은 반드시 지키겠다. 이번 주초라도 임시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법상 금지된 자치 시군구의 일부를 분할하는 방안 등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한 획정위원들이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는 아바타(분신)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정치는 갈등 조정을 제도화한 무대다. 여야가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발 시급하게 할 일은 처리하면서 싸우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정치권이 허탈해하는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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