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신건강 책임지는 국가기관 설립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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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기고

김영훈 이사장
김영훈 이사장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째 자살률 1위다. 학교 폭력과 재난에 따른 정신적 외상이나 각종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청소년과 더욱 밀접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정신보건 정책은 미흡하다.

국민은 정부가 정신건강 증진 서비스에 적극 나서길 바라지만 보건의료 예산 중 정신질환 항목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진은 체계적인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대학병원의 정신과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며 미래의 정신과 의사를 양성한다. 종합병원의 정신과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치료한다. 정신질환 전문병원은 주로 조현병(정신분열증)과 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 중증 환자를 주로 입원을 통해 치료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영역에서 전국 200여 개의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 중이다.

얼핏 보기엔 다양한 기관이 잘 갖춰진 듯 보인다. 하지만 ‘공공영역의 취약성’이라는 한국 의료의 문제는 정신건강 분야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증가하는 정신보건 서비스 욕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다. 이에 적은 인력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과 공공 간의 원활한 연계를 유도할 정책 또한 매우 빈곤하다. 이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처참한 결과(인구 10만 명당 28.5명)로 이어졌다. 하루에 39명의 국민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같은 국면을 타파하려면 정부가 나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정신건강 관련 국가기관을 설립해 권리와 의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정신건강연구원, 일본의 국립정신신경연구센터 등이 그 예다. 이 기관은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의료기관의 이해를 조정, 지원하고 △민간에서는 경제성 때문에 손대기 어려운 공공정신보건을 책임지며 △국가의 정신건강 보건 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역할을 할 국가기관의 설립은 늦었지만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시급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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