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침묵·환호…삼성 ‘버스안 우승피날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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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한 뒤 구단버스에 오른 삼성 선수들은 NC가 문학 원정에서 SK에 패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정규시즌 5연패에 성공한 삼성 선수단은 이제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5일 광주 KIA전을 치르게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일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한 뒤 구단버스에 오른 삼성 선수들은 NC가 문학 원정에서 SK에 패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정규시즌 5연패에 성공한 삼성 선수단은 이제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5일 광주 KIA전을 치르게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정규리그 5연패 확정 순간

3일 하루만큼은 삼성 선수들이 SK 팬들 못지않은 최고의 ‘SK 서포터스’였다. 그리 멀지 않은 목동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SK를 응원했다. 같은 시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고 있던 NC-SK전이 SK의 승리로 끝나야 정규시즌 5연패를 확정할 수 있어서였다. 목동과 문학 경기가 모두 1점차였기에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희일비의 순간이 이어졌다. 삼성 선수들과 김용성 매니저의 증언을 토대로, 우승 확정 순간의 극적인 막전막후를 재구성했다.

넥센을 상대로 1-0 살얼음판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들은 구단 버스에 오르자마자 TV부터 켰다. 문학에선 3-3 동점인 가운데 8회말 SK의 공격이 한창이었다. 내내 뒤지던 SK가 7회말 2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진 뒤였다. 버스 탑승 후 2∼3분이 흘렀을까. SK 나주환의 타석이 돌아왔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아까 나주환이 2번이나 병살타를 쳤대.”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나주환은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삼성 버스 안은 흡사 SK 덕아웃 같았다. “이겼다!” “됐다!” “좋아!”

9회말 1사 후 SK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다시 삼성은 환호했다. 한 선수는 일어나 박수까지 쳤다. 김광현이 2사 후 NC 대타 조평호에게 2루타를 맞은 뒤에는 “장타를 조심하라”는 삼성 선수들의 훈수가 이어졌다. 투수가 다시 윤길현으로 교체되는 순간, 버스가 삼성의 서울 숙소인 리베라호텔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긴장, 그리고 침묵. NC 마지막 타자 박정준의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였다. 동시에 삼성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승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와 같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하루에 매직넘버 2개를 한꺼번에 줄이고, 고대했던 우승을 확정한 뒤 광주로 내려가는 버스 안. 선수들은 저마다 축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며 우승의 여운을 만끽했다. 그러나 떠들썩한 환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시 차분한 분위기가 버스 안을 감쌌다. 삼성의 우승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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