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타자도 절레절레… ‘괴물 잠수함’ 박종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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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가 꼽은 ‘가장 까다로운 투수’… 땅을 긁을듯한 낯선 투구폼에
4번 만나 삼진 1개 포함 무안타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에 도루 1개만을 남겨 두고 있는 ‘괴물타자’ 테임즈(29·NC)에게도 상대하기 싫은 투수가 있다. SK 김광현(27)이나 KIA 양현종(27)이 아니다. 데뷔 후 올 시즌까지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SK의 박종훈(24·사진)이다. 2010년 2라운드 9순위로 SK에 지명된 뒤 2013년 상무에 입대했다 올해 복귀한 박종훈은 올 시즌 112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하고 있다.

테임즈가 상대하기 제일 힘든 투수로 꼽았다고 하자 박종훈은 “진짜요? 의아하네요. 많이 상대해 보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테임즈같이 잘 치는 타자가 저를 까다롭다고 하니 기분 좋을 따름”이라며 신기해했다.

테임즈는 박종훈과 네 번 만나 삼진 한 개를 포함해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율 0.383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사실상 손에 쥔 테임즈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오죽하면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도 박종훈을 생각했을까. 넥센의 스나이더는 “NC와의 경기에서 1루 주자로 나갔을 때 1루 수비를 하던 테임즈가 SK 50번 선수(박종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스나이더도 박종훈이 힘든 투수라며 “땅에 닿을 듯이 낮게 뿌리니 공의 릴리스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아 타격에 애를 먹는다”고 털어놨다.

외국인 타자들은 대부분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하다. 미국 등에서는 언더핸드 투수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임즈는 언더핸드 투수들에게도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처음 한국에 왔던 지난해 테임즈는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 타율 0.294에 홈런 6개를 기록했다. 올해도 0.301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테임즈이지만 극한 언더인 박종훈에게는 혀를 내두른다.

‘생전 처음 본다’는 평가를 듣는 박종훈의 투구 폼은 사실 훈련의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군산중 시절 감독으로부터 사이드암 투수를 권유받은 박종훈은 등에 트럭용 타이어를 메고 공을 던졌다. “너무 무거우니 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더라고요.” 박종훈은 박정현(전 삼성), 정대현(롯데)의 투구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연구한 끝에 현재의 폼을 완성시켰다.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박종훈과 테임즈는 3일 문학에서 다시 만난다.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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