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술-자금, 기업과 만나 성공신화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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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젖줄 과학기술지주 출범 2년째

한국과학기술지주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테그웨이는 체온이나 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를 바꿀 기술’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테그웨이 제공
한국과학기술지주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테그웨이는 체온이나 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를 바꿀 기술’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테그웨이 제공
올해 초 유네스코는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의 그랑프리로 국내 벤처기업 ‘테그웨이’가 보유한 열전소자 기술을 선정했다. 체온에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을 인정한 것이다.

이 소자를 손목시계나 옷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면 체열을 통해 끊임없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테그웨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8월 한국과학기술지주(KST)와 손을 잡았다. 민간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KST의 투자를 받은 데는 ‘공공성’이라는 비전을 공유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KST는 17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2013년 11월 설립한 지주회사다.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는 “테그웨이가 KAIST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대덕연구단지의 공공기술을 토대로 설립된 만큼 여기에 공공자본의 투자를 받아 성공 스토리를 쓴다면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대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기술지주회사는 KST 외에도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지난해 3월 공동으로 설립한 미래과학기술지주가 있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한다는 취지에 맞춰 벌써 5개의 기업이 창업했다.

지난해 미래과학기술지주가 설립한 크레셈은 초음파를 이용해 전자부품을 접합하는 기술로 올해매출 1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셈 제공
지난해 미래과학기술지주가 설립한 크레셈은 초음파를 이용해 전자부품을 접합하는 기술로 올해매출 1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셈 제공
미래과학기술지주의 제1호 출자회사인 ‘크레셈’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크레셈은 초음파를 이용해 전자부품을 접합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전자기기를 작고 날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에 필수 장비로 꼽히고 있다. 올해 매출이 벌써 수억 원에 달해 연말까지 매출 목표 1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상민 크레셈 대표는 “좋은 기술만 믿고 창업하려는 이공계 박사들이 있는데, 대부분 경영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며 “과학기술지주를 통해 각종 컨설팅을 받은 덕분에 초기 정착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출범 2년째로 접어드는 과학기술지주가 안정화되자 과학기술계는 벤처 창업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현재 두 과학기술지주가 출자한 기업은 총 19개. 자본금 530억 원의 KST는 심근경색 조기 진단기를 개발한 ‘스몰머신즈’, 얼굴인식을 이용한 출입단말기를 만드는 ‘네오시큐’ 등 7개 기업에 투자했고 3개 기업을 자체 설립했다. 자본금 150억 원으로 시작한 미래과학기술지주는 당뇨환자용 식품과 혈당관리 패키지를 선보인 ‘닥터키친’ 등 5개 기업을 설립하고 4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과학기술지주와 손잡은 기업은 출연연과 대학이 축적한 기술에 쉽게 접근하고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 특허에서 마케팅, 금융 지원, 해외 진출 등 사업화를 위한 전 분야에서 전문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민간 벤처캐피털과의 차별성도 돋보인다.

조남훈 KST 대표는 “정부가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에도 예산의 일부분을 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공공기술의 사업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정부가 기술지주회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강건기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혁신기획과장은 “공공의 기술과 자금이 기업과 만나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모델이 활성화된다면, 연구자는 전문 연구에 집중하고 지주회사는 거둔 수익을 다시 연구와 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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