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택받은 사람”…넥센 송지만 은퇴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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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송지만 퓨처스 타격코치가 1일 목동 한화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넥센 송지만 퓨처스 타격코치가 1일 목동 한화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은퇴식은 생각도 못했는데…” 감격

“‘신랑 입장’을 외치면 씩씩하게 나가고 싶어요.”

넥센 송지만(42) 2군 타격코치는 검게 그을린 피부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1일 목동 한화전에 앞서 거행된 본인의 영예로운 은퇴식을 앞두고서였다. 지난해 중반 은퇴를 선언하고 후반기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았지만 은퇴식이 다소 늦어졌다. 그가 선수 시절을 보낸 넥센과 한화의 시즌 최종전 때 은퇴식이 잡혔다. 그는 “은퇴식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눈물이 나오진 않을 것 같지만 장가를 들었던 때처럼 재밌고 즐겁게 하고 싶다”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랜만에 찾은 목동구장. 일찌감치 야구장에 들러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낯설고도 설렌다. 당장이라도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과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지만은 1군 출전이 없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프로 18년 동안 19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6620타수 1870안타)에 311홈런 1030타점을 기록했다. 1999년과 2000년 2차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2000년과 20002년에는 2차례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1996년 한화 입단 첫해부터 최고를 꿈꾸진 않았다. 홍원기, 임수민, 이영우 등 동기생들과 제주에서 훈련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왜소한 체격에 내세울 만한 이력은 없었지만 인내와 끈기가 있었다. “딱 5년만 해보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도 13년이란 시간을 최고 자리에 머물렀다. 굵은 땀방울과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절친’인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는 “타의 모범이 되는, 노력의 산물과도 같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송지만은 “입단 첫해 사직에서 롯데와의 개막전을 뛰었다. 마지막이 되는 오늘 은퇴식이 그때처럼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놀랍다. 이 (왜소한) 몸으로 어떻게 버텼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은퇴식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자부심이 든다.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빙긋이 웃었다. 강병철, 이광환, 김시진, 주성노 전 감독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고, 선수들은 헹가래로 선배의 인생 2막을 축하했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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