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시청, 도청 자리로 이전” 공론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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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이 안동으로 가면 시청이 여기 옵니까.”

내년 2월 경북도청(북구 산격동·14만2600m²)의 안동 이전이 확정된 뒤 이렇게 묻는 시민이 꽤 있다.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 빈 도청 자리에 시청이 오면 좋지 않겠냐는 뜻이 들어 있다.

대구시청(중구 동인동·1만2594m²)에서도 내심 옛 도청으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다. 근무환경이 훨씬 낫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청은 청사 부근에 건물을 빌려 업무 공간을 확보해야 할 정도로 좁고 불편하다. 그러나 시청 직원들은 이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 때문이라고 한다. 권 시장은 도청 자리에 창조경제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공약은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달라진 상황을 무시하고 맹목적이어선 곤란하다. 지난해 9월 옛 제일모직 터에 대구창조경제단지가 조성되면서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권 시장은 이런 사정을 선거 때나 당선 후 예상하지 못했다. 창조경제단지는 도청에서 1km 거리다.

북구 지역에서는 6일 대구시청 유치를 위한 포럼이 결성된다. 시청을 유치하면 북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같다는 이유로 북구에서 시청 유치 운동에 나서면 나머지 7개 지자체의 반감을 사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제3의 장소에 새로 짓자는 등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부닥칠 수 있다.

대구시청을 도청 자리로 이전하는 문제는 역사와 전통의 맥락에서 찾는 게 바람직하다. 경상도 행정의 중심이던 경상감영이 경주 상주 안동을 거쳐 1601년 대구에 설치된 후 대구는 경상도의 중심이었다. 조선시대 역사를 보면 대구는 경상도의 사회 경제 군사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영향력과 위상이 매우 높았다.

‘경상감영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은 그동안 경북도청에 이어져왔다. 1993년 건립된 대구시청은 이런 정체성과 관련이 없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8개 기초지자체와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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