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싶었는데” 생후 50여일 된 딸 익사시킨 40대 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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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50여 일밖에 안된 자신의 딸을 익사시킨 비정한 4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양천구 신월동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생후 53일 된 딸의 머리를 물이 든 찜통에 넣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주부 김모 씨(40·여)를 긴급체포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결혼 13년 만에 낳은 딸을 죽인 건 양육 문제로 인한 남편 유모 씨(41)와의 잦은 다툼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에도 김 씨 부부는 양육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 이혼 이야기까지 꺼냈다. “이혼 후에 딸을 키우다 어려워지면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남편의 말에 격분한 김 씨는 딸을 보육원에 보낼 바에 차라리 직접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오전 6시 30분경 남편이 출근하자 김 씨는 딸을 화장실로 데려가 익사시켰다. 물에 얼굴이 잠긴 딸의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돌아서 나온 김 씨는 오전 7시경 집에서 나왔다. 욕조 의자에 몸을 누인 채 머리가 물에 잠겨 끝내 숨진 아이는 오후 8시경 김 씨 시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발견되기까지 13시간가량 방치됐다.

화장실 문 앞에는 “OO(숨진 아이의 이름)는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갈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우리 가정은 이렇게 끝나네. 미안해”라고 적힌 김 씨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날 오후 10시경 인천 소래포구 인근 한 광장에서 검거된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숨진 아이의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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