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이제 소금 없이도 음식에 짠맛을 넣는다 … 기능성채소 주목

  • 입력 2015년 10월 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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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에 치중하는 GMO와 달리 영양적 기능 강조 … ‘케일렛·브로코플라워·브로콜리니’ 등 인기

누구나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맛을 내려 어쩔 수 없이 음식에 첨가하게 된다. 최근 소금 한톨 없이 짠맛 내는 식물이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얻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부근 나미브사막이 고향인 ‘아이스플랜트’다. 줄기와 잎에 얼음 결정 모양의 블러드세포가 맺혀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샐러드 등 각종 요리에 첨가하면 소금을 넣은 것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국내 식물 육종·재배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는 전세계 농학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다. 해방 직후 우 박사는 한국농업과학연구소에서 각종 채소의 생산기술과 이종(異種) 간 육종에 대해 활발히 연구했다. 대부분 작물 육종 교과서 맨 앞장에는 그가 연구한 내용이 실려있다.

우장춘 박사의 한국농업과학연구소의 뒤를 잇는 곳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다. 국내에서 기능성채소 관련 연구를 가장 많이 실시한다. 300여명의 관련 연구원이 한국 식물자원을 수집하고 기능성물질을 분석한다.

1990년대에는 채소와 과수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2000년대부터는 안토시아닌, 이소플라본 등 미량의 생리활성 물질에 주목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생리활성 물질을 얼마만큼 높인 채소·과일을 만들어내느냐가 농식품학 연구자의 주된 관심사다.

기능성채소는 유전자조작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과 다르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채소의 영양적 기능에 관심을 두며, 후자는 생산량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자에는 해충을 죽이는 성분을 스스로 생산하는 옥수수, 제초제에 견디는 콩, 저장성 개선 토마토, 품질 개량 유채, 해충 저항성 면화 등이 있다.

최근 미국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인 켄달칼리지는 케일렛(Kalettes), 브로코플라워(Broccoflower), 브로콜리니(Broccolini), 레인보우 캐럿(Rainbow Carrots, 무지개 당근) 등 기능성 채소가 독특한 식감과 모양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토커 코트케 켄달칼리지 부학장은 “수년 간 경기 악화로 사람들이 소박한 컴포트푸드(Comfort Food)에서 위안을 받아왔다”며 “이제는 음식에 투자해보고 싶은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기능성채소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일렛은 케일과 브뤼셀 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의 혼합 품종이다. 영국 종자회사 토저시드가 수년전 개발해 영국 시장에서 내놓은 ‘플라워스프라우트’의 이름을 바꾼 채소다. 미국에서는 케일렛, 브뤼셀케일, 롤리팝 케일, 플라워 스프라우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비타민A·C, 칼륨, 철분 등이 풍부하다. 케일처럼 항암과 해독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은 케일과 흡사하지만 덜 쓰다. 식감은 방울양배추처럼 아삭아삭하며 날로 먹기에는 거친 느낌이 든다. 굽거나, 삶거나, 기름에 볶아서 먹는 게 좋다.

브로코플라워는 브로콜리(brocolli)와 콜리플라워(cauliflower, 꽃양배추)를 교배해 얻은 연초록색을 띤 채소다. 네덜란드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콜리플라워와 맛이 비슷하지만 단맛이 더 강하며 식감이 연하다.

브로콜리니는 브로콜리와 중국 케일을 접못한 것으로 한때 ‘베이비 브로콜리’로 불렸다. 줄기가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해 ‘아스파레이션’으로 칭하기도 한다. 199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발됐으며, 브로콜리니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온 것은 1998년부터다. 긴 줄기가 달린 브로콜리처럼 생겼는데 줄기 부분이 매우 연하고 아삭아삭하며 단맛이 더 강하다.

무지개당근은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청이 개발한 것으로 당근 속 베타카로틴 함유량을 늘린 품종을 개발하다가 만들어졌다. 주황색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 외에 빨간색의 리코펜, 노란색의 산토필, 보라색의 안토시아닌 등이 포함돼 심장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력향상에 효과적이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영양분보다는 먹기 좋은 형태로 기능성채소를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입에 먹기 쉬운 알록달록한 미니채소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 동네 야채가게에서 대형할인매장까지 급속도로 세력을 불렸다. 미니채소의 크기는 다 자랐을 때 가로 약 2㎝, 세로 약 5㎝로 무게는 20~50g이다. 영양이 풍부하면서 조리하기 간편해 바쁘지만 먹거리에도 ‘멋’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무와 배추를 교잡해 만든 ‘무배추’도 많이 알려진 기능성채소다. 항암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 상당히 높다. 무배추를 심으면 뿌리는 무로, 잎은 배추로 활용할 수 있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된다.

최근 자두와 살구를 중간교잡한 ‘플럼코트’도 화제다. 다른 과일류에 비해 페놀·플라보노이드 계열 항산화물질이 월등히 높다. 일반 자두의 2배, 배의 4배 정도다. 살구의 달콤함과 자두의 향기로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감귤로는 항암 효과가 있는 나린진 함량이 원래 품종의 10배 가량 많은 무봉이 개발됐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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