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황제’의 세대교체…랄프로렌 “11월 CEO 물러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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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패션 황제’ 랄프 로렌(76)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랄프 로렌’의 최고경영자(CEO) 직을 사퇴한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1967년 랄프 로렌을 창업한 지 48년 만이다.

로렌 회장은 이날 “11월 CEO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다만 이사회 의장 및 최고창의성책임자(CCO) 직함은 계속 유지한다. CEO에서 물러나도 항상 회사를 위해 고민하고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의 후임자는 스웨덴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의 임원 출신으로 현재 랄프 로렌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의 사장인 스테판 라르손이다. 라르손은 올드네이비에 합류하기 전 H&M에서 15년간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이 회사 수입을 30억 달러(약 3조5400억 원)에서 170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H&M이 진출한 나라도 세게 12개국에서 44개국으로 늘었다.

미 언론은 명품 패션의 대명사인 랄프 로렌이 ‘패스트패션 전문가’를 후임자로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또 그의 세 아들 중 차남인 데이비드 로렌(44)이 랄프 로렌의 광고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데도 그가 아들을 제치고 업계 전문가를 택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다.

이는 패스트패션의 영향력 급증, 실제 매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옷을 구입하는 소비자 패턴 변화 등을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렌 회장 본인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9년 뉴욕 브롱스의 벨라루시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로렌은 1967년 남성 넥타이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5년 만인 1972년 폴로 선수의 로고가 새겨진 반소매 셔츠를 만들어 대히트를 쳤고 이후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랄프 로렌 그룹의 매출은 76억 달러(약 86조9680억 원)이며, 그의 개인 재산도 포브스가 추정한 미국 74위 부자인 70억 달러(8조2600억 원)다.

한편 NYT는 랄프 로렌의 퇴진을 미국 디자이너들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했다. 로렌 회장과 마찬가지로 개인 이름을 딴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유대계 미국인이기도 한 캘빈 클라인(72)과 도나 카란(67)은 미 3대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며 미국 패션을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패션에 맞먹는 산업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캘빈 클라인은 2002년, 도나 카란은 올 6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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