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주전 전원 규정타석, 벤치멤버 희생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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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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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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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김경문 감독(사진)은 2004∼2011년 두산을 이끌면서 세 번(2005, 2007, 2008년)이나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염원이 커질수록 우승을 향한 김 감독의 다걸기(올인)의 강도도 커졌다. 2011년 김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부진은 곧 2군(퓨처스리그)행’이라며 내부 경쟁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결과는 팀의 우승이 아닌 자신의 중도 사퇴였다.

올 시즌에도 2위 감독을 확보한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넥센과의 목동 경기를 앞두고 “2위로 시즌을 마치면 다음 시즌 준비 때 스트레스를 아주 심하게 받는다”며 “(2위라는 건) 1년 내내 잘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이때 ‘야구가 잔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2위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김 감독의 리더십도 변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대신 하나로 똘똘 뭉치는 ‘한 팀’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NC는 올 시즌 주전 타자 9명이 모두 규정타석을 채웠다.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어떤 팀도 해보지 못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사례는 6번밖에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991년 오릭스가 유일하다.

김 감독은 “주전이 많이 뛰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희생하는 선수도 있다. (출전 기회를) 기다리고,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불어넣고, 참아주고 도와주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며 “남은 경기 때는 모창민(30), 조영훈(33) 등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친구들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특히 미안해하는 선수는 모창민이다. 7, 8월에는 모창민이 지석훈(31)보다 타격감이 더 좋았다. 충분히 모창민을 주전으로 기용할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지석훈이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석훈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주전 타자 전원 규정타석 달성이라는 ‘팀 기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창민은 주전 선수들에게 출장 기회만 양보했던 게 아니다. 모창민은 개인 100타점을 앞두고 아홉수에 걸려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던 이호준(39)에게 방망이를 빌려줬다. 이호준은 이 방망이를 들고 나가 지난달 15일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뒤 모창민은 이호준에게 그 방망이를 아예 줬다.

그런 김 감독도 스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책임감을 강조한다. 김 감독은 “팀을 아껴야 진짜 슈퍼스타다. 나성범(26), 박민우(22), 이재학(25)이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보이면 더 혼을 낸다”고 말했다.

올 시즌 NC는 ‘야구는 9명이 아니라 26명(1군 엔트리 숫자)이 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과연 ‘팀 NC’는 김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한도 풀어 줄 수 있을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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