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장속으로]“이번엔 잘 찍자”… 고성군수 재선거 열기 뜨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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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문제가 없다던 전 군수도 날아갔잖아. 이번에는 잘 찍어야지.”

30일 오후 경남 고성군 고성읍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최모 씨(68)는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하학렬 전 군수의 이야기를 꺼냈다. 최 씨는 “누구를 찍을지는 정해 놨다”고 말했다.

공룡엑스포가 열리는 ‘공룡의 고장’이면서 생명환경농업으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이 군수 재선거 열기로 뜨겁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 경선 논란과 선거법 위반 시비도 불거져 혼탁한 분위기다. 고성군은 10·28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자치단체장을 뽑는 곳이다.

고성소가야축제와 군민체육대회가 시작된 이날 읍내에는 예비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당항포관광지 입구인 회화면 배둔리에서 만난 구영민 씨(60·농업)는 “주민들 관심이 선거에 쏠려 있다”며 “아무래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러나 독감 예방주사를 홍보하던 양지마을 김옥자 이장(61)은 “계속 새누리당 군수를 뽑았으니 이번에는 무소속이나 다른 당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후보 등록 1주일을 앞둔 현재 군수 선거전에 나선 사람은 5명. 새누리당은 최평호, 새정치민주연합은 백두현 예비후보를 공천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공천 탈락자의 반발도 있었다. 무소속은 이상근 이재희 정호용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행정공무원 출신인 새누리당 최 후보는 ‘군수 3수생’. 행정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지도가 높아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동정 여론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백 후보는 ‘영남 유일의 야권 군수’를 꿈꾸고 있다. 젊음을 무기로 바닥을 훑으면서 ‘조선해양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고성군수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을 살릴 준비된 군수’를 기치로 내건 무소속 이상근 후보는 군의원 경험과 상공회의소 운영 경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친형인 이근식 씨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다. 그는 “재선거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인데 또다시 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의원을 지낸 무소속 이재희 후보는 ‘고성의 포청천’으로서 청렴하게 군정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군민 부군수제를 비롯해 ‘모든 군민이 잘사는 10대 공약’을 내걸고 장터를 누볐다. 그는 “새누리당 최 후보가 강적이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선 군의원 출신인 무소속 정 후보는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직접 살림을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 현장에 참석한 그는 고성을 자연생태도시, 역사문화도시, 자조경제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고성군수 선거전은 후보등록일(8일)이 가까워지면서 무소속 후보 간의 합종연횡 여부가 관심사다. 2명의 이 씨는 한집안 출신이다. 새누리당 최 후보, 무소속 정 후보는 동해면 출신이다. 새정치연합 백 후보, 무소속 이상근 후보는 고성중 선후배다. 내리 3선을 한 이학렬 전 군수와 직전 하학렬 전 군수 등 ‘두 학렬’의 의중도 변수 중 하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조사 중인 선거법 위반 사건도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성군 인구는 5만5500명, 유권자는 4만700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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