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쩌우추취’ 전략에 허찔린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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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印尼 자카르타-반둥 구간 수주… 4년간 공들인 日정부 충격
日관방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 訪日 印尼특사 면전서 강력항의

일본이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찾은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은 지난달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고속철도 건설 계획에 대해 “중국의 제안을 환영하고 싶다”며 중국 방식을 채택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고속철 구간은 자바 섬의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150km로 일본이 2011년 일찌감치 사업조사에 나서는 등 우위를 점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3월 뒤늦게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일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초 정부가 예산을 부담하거나 채무보증을 할 수 없다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을 우려한 반면 중국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면서 사상 첫 고속철도 수출에 성공했다. 중국이 제시한 건설단가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철도와 차량 등 고속철도 시스템을 통째로 수주한 것은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고속철 경쟁에서 중국에 패한 일본의 충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잘릴 장관 면전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놓고 항의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세계 각지의 인프라 개발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에 핵심 사업을 빼앗긴 형태”라며 “인프라 수출을 성장전략의 기둥으로 삼는 아베 신조 정권에 타격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1964년 운행을 시작한 신칸센으로 대표되는 세계 고속철도 선두주자 일본을 제쳤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터키 인도 영국 브라질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속철도 ‘쩌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주엔 중국 철도기업과 인도 현지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뉴델리∼뭄바이 간 1200km의 고속철도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의 낙찰자로 선정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방미 기간에 미국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합자회사 설립을 타결지은 데 이어 20∼23일 영국 국빈방문 기간에도 고속철도 사업을 양국 경제협력의 최우선 순위로 둘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쩌우추취#고속철#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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