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만 봐라’…월급쟁이 노하우 100가지 천기누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3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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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르는 열매달(9월) 마지막 날 아침. 한권의 책이 배달됐다. 봉투를 뜯어보니 ‘아들아 너만 봐라’는 책 제목에 ‘월급쟁이 노하우 100’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었다. 책표지 하단엔 ‘나남’이라는 글자로 펴낸 출판사의 명함을 대신했다.

‘또 처세술?’(대개 처세술 혹은 자기계발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저자가 경험하지도 않은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이 책 저 책 짜깁기해 만든 책이 많다)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생선 배를 가르듯 쓰~윽 책 가운데를 갈라 처삼촌 벌초하듯 넘기며 일독했다. 10여개의 챕터를 읽고는 눈을 뗄 수가 없어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정곡을 찌르는 직장생활 노하우에 ‘역시 고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월급쟁이로 살아남는 노하우의 천기가 누설됐다. 천기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의 ‘신입사원 살아남기’ 노하우에선 ‘회사란 너와의 계약관계에서 갑일뿐이다’ ‘회사생활은 돈버는 고3이다’ ‘첫 회식, 절대로 네 의견을 드러내지 마라’ ‘술을 못하면 술꾼의 따까리 역할이라도 하라’ 등이다. 2부 ‘회사 안팎 꿰뚫어보기’에선 ‘지식이 소총이라면 인맥은 수류탄이다’ ‘성공의 비결은 실력과 인맥이다’ ‘회사란 보스에 의해 움직이는 제국주의 체제다’ ‘정년까지 버티는 비결, 경쟁력과 겸손이다’ 등의 비법을 알려준다.

압권은 3부 ‘사내 마키아벨리즘’이다. ‘너는 월급쟁이이지, 독립투사가 아니다’ ‘일 잘하는 놈보다, 눈에 잘 띄는 놈이 오래 버틴다’ ‘네가 회사를 떠나도, 회사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층층시하에서 살아남는 법, 형님을 만들어라’ ‘아빠가 월급쟁이를 만류한 이유, 이제야 알겠니?’ 등이다. 4부에선 ‘오래 버티기’에 대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장점이 많은 사람보다, 결점이 없는 사람이 되어라’ ‘승진은 운이 70%, 실력이 30%다’ ‘절대, 괘씸죄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월급쟁이는 돈과 거리가 먼 집단이다’ ‘출퇴근 시간은 지켜야할 악법이다’ 등이다. 굳이 내용을 소개하지 않더라도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제목 참 잘 뽑았다) 이렇게 총 100가지 직장생활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런 노하우를 잘 아는 ‘월급쟁이 100단’이 누군가 궁금했다. 저자는 경영학석사와 화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상진 박사다. 1986년 유공(현 SK)에 입사해 공장과 본사서 각각 2년을 생산과 판매라인에 근무해 두각을 나타낸 뒤 미국계 다국적기업 다우케미칼로 이직해 13년간 근무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연소 태평양지역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2005년에는 독일계 다국적기업 BASF에 한 사업부를 맡았다. 밑바닥부터 출발해 톱에 오른 입지전적인 월급쟁이인 셈이다. ‘아사리판’인 직장생활에서 나름 성공한 인생이기에 그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

이 책에 대한 평은 이 책을 펴낸 나남출판 고승철 주필의 ‘편집인 노트’에 잘 녹아있다.(책에 출판사의 ‘편집인 노트’를 넣는 것도 흔하지 않다. 그만큼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리라) ‘직장 눈칫밥 30년, 비밀병기를 아들에게-웃으며 들려주는 피 토한 경험담’이라는 제하에서 이렇게 평했다.

“‘아들아 너만 봐라’에는 다른 자기계발서에 그득한 허위의식이 없다. 저자는 변화구 대신 시종일관 돌직구를 던지며 문제의 핵심을 적중시킨다. 신입사원 면접, 회식, 출장, 보고서 작성, 야근, 마케팅 등 기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만큼 적나라하게 속살을 들춘 책을 여태 보지 못했다.(고 주필은 동아일보 근무시절 경영·경제 신간 중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하는 ‘베스트 비즈북’이라는 서평 칼럼을 연재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직장에서는 적당히 비겁해져야 ‘가늘게 길게’ 살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영웅호걸이 되는 비결보다는 충실한 장교 또는 병사의 지침을 안내해 준다.”

필자는 직장생활 사반세기를 넘은 ‘늙고 병든 노병’이다. 돌이켜보니 필자는 직장생활을 그리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보니 ‘내가 왜 늙고 병든 노병’이 됐는지 그 원인을 이제야, 쓸데없이 알 것 같다. 후배들아, 부디 직장생활 노하우를 한번 보시길. ‘영악한 월급쟁이’로 성공하시길.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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