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비난전 번진 ‘성지순례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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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슬람기구로 권한 넘겨야”… 사우디 “하메네이의 애도는 거짓말”
사망 1100명說… 사우디 축소 의혹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로 ‘성지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비난에 휩싸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이란과는 양국 최고 권력자를 비난하는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어 향후 중동 정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4일 참사에서 자국민 169명이 사망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이란의 비난이 특히 거세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의장은 28일 급기야 “앞으로는 성지 순례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총괄하지 말고 이슬람협력기구(OIC)로 그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사우드 왕가가 국왕을 ‘두 성지(메카, 메디나)의 수호자’로 부르고, 이를 이용해 이슬람권의 대표자임을 자임하는 종교적 권위를 이번 기회에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란은 사고 직후부터 “성지 순례자들이 이용해야 할 도로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제2 왕위 계승자의 의전을 위해 막는 바람에 참사가 발생했다”고 비난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거론하면서 맞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드 알 사우드 왕자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사탄의 대변자’”라며 “그가 이번 참사 희생자를 애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그의 더러운 손은 시리아와 이라크 수니파 어린이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사태 해결에 있어 수니파와 시아파를 각각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압사 사고 사망자를 축소했다는 의혹에도 시달리고 있다. 당초 717명에서 769명으로 사망자 수를 정정 발표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등이 자국 대사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보내온 사망자 사진은 1100명 안팎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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