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접시 날아다녀도 가정이 행복의 근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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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미 마지막 행사서 강조… 유머 섞어가며 사랑의 의미 역설
교도소 방문 재소자-가족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워싱턴 뉴욕에 이은 미국 내 3번째 방문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역사적인 첫 방미(22∼27일)를 마무리하며 ‘사랑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 최초로 미국 교도소를 찾아 ‘낮고 어두운 곳으로의 행보’도 이어갔다.

교황은 26, 27일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15 세계 천주교 성가정대회’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했다. 교황은 26일 “완벽한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낙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반대다. (불완전한 가정 안에서) 사랑이 태어나고 계속 자라나는 것이다. 사랑은 배워가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튿날인 27일 100만 명 이상이 운집한 야외 미사에서도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 자체가 일종의 기적”이라며 “사랑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린이들이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와 연결돼 있다. 사랑은 아주 간단한 행위에서 나오며 가정에서 그런 사랑이 구체화된다”고 말했다. 또 “접시가 날아다녀도 가정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등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좌중을 즐겁게 했다.

그동안 워싱턴과 뉴욕 방문에서 노숙자, 빈민지역, 9·11테러 현장 등을 찾아 ‘힘들고 아픈 자’들을 보듬었던 교황은 방미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필라델피아 커런프롬홀드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와 재소자 가족을 위로했다. 이 교도소는 살인범, 성폭행범 등 죄수 3000여 명이 갇혀 있는 필라델피아 내 최대 감옥이다.

교황은 “삶과 역사는 흙먼지 가득한 도로와 같고 인간의 생이란 그 길을 걸으며 발이 더러워지는 여정 같은 것”이라며 “(여러분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더러워진 발을 깨끗이 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재소자)이 이곳에 있는 단 하나의 목적은 바른 길로 돌아가고,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모두가 여러분의 재활을 도와야 하고, 여러분의 (재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교도소가 재소자를 처벌하고 수치심을 주는 데만 중점을 두고 이들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비판한 것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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