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세상서 살아갈 힘을 얻는 건 문학이 있기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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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국내 출간 在日동포 이용덕 작가

《 첫 소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아르테·사진)의 한국어판이 출간된 데 대해 이용덕 씨(39)는 “굉장히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일본의 문예상을 수상했다. 와타야 리사, 야마다 에이미 등 일본의 스타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출판사는 한국어판을 내면서 그의 이름을 ‘이욘도쿠’로 표기했다가 작가의 항의로 ‘이용덕(李龍德)’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

이용덕 씨는 자신의 고백이 담긴 말로 작가가 된 동기를 밝혔다. “소설을 읽고 쓰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내가 쓴 글로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작가 우에무라 아키히코가 촬영했다.
이용덕 씨는 자신의 고백이 담긴 말로 작가가 된 동기를 밝혔다. “소설을 읽고 쓰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내가 쓴 글로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작가 우에무라 아키히코가 촬영했다.
소설은 삼수생 도쿠야마가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여성 하쓰미와 만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도쿠야마는 하쓰미와의 섹스에 탐닉하면서 그녀가 전달하는 암울한 세계관에 전염된다. 최근 일본 도쿄의 출판사 가와데쇼보신샤에서 이 씨를 만났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그는 이날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 왔다.

―죽음과 섹스를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란 게 여러 가지가 있다. 우정이 될 수도 있고, 배금주의나 식욕이 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을 전부 부정하는 에너지를 갖는 게 섹스다. 실제로 도쿠야마는 그렇고. 하지만 하쓰미는 섹스조차 부정하는 인물이다.”

―소설 후반부에선 동반자살이 암시되기도 한다.

“두 사람이 격렬하게 사랑하고 다른 건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같이 죽는 것밖에 없지 않나.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소설에선 동반자살을 했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오사카가 배경이어서 이런 설정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오사카는 도쿄와 달리 의리와 인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인간관계가 굉장히 가까운 곳이다.”

―소설도 오사카를 배경으로 한다. 도쿠야마가 재일교포인데 사는 곳도 오사카, 재일교포가 많은 동네다. 그렇지만 도쿠야마에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보이진 않는데….

“도쿠야마는 하쓰미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하쓰미에게서 ‘자이니치(재일교포)여서 안 된다’는 답변을 듣는다. 사실 이건 하쓰미의 거짓말이지. 그러잖아도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두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넣는 설정으로 삼은 거다. 자이니치의 정체성은 소설의 주요 테마가 아니다.”

―양석일 이회성 등 국내에 알려진 재일교포 작가가 많다. 이들의 작품에는 정체성 문제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 있었는데….

“앞선 작가들은 자이니치로서의 사회적 차별이나 생활고의 문제 등을 소설에서 다뤘다. 나는 그 정도로 큰 차별을 경험하진 않았다. 물론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건 소수자로서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이니치가 아닌) 마이너리티라는 정체성은 내 창작의 근간이 된다. 나는 앞선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감각, 새로운 문체로 소설을 쓰고 싶다. 내가 마이너리티라는 점은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들 한다. 그래도 당신은 ‘이 개똥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아 있는 이유는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이라고 했다.

“소설의 인물들은 파멸로 향하지만 결국 내가 바라는 건 지독한 염세관을 통해 오히려 독자들이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문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어판 이름을 둘러싼 해프닝이 있었다.

“이름이니까! 한국어판이면 한국어 발음으로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이욘도쿠로 한국에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한국 소설을 읽어 봤나.

“아쉽게도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다. 영화는 많이 봤다. 한국 영화는 예술적 성취도가 뛰어나고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는 시가 많이 읽히고 낭송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것도 놀랍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 경향으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현상만 갖고 절망해선 안 된다. 50년 전에 비하면 한국과 일본은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서로의 노래를 듣고 책을 읽는다.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 나도 그래서 쓰는 것이고.”

도쿄=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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