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신뢰의 선순환 분기점”… ‘평화’ 30차례 최다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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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유엔외교]朴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뉴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뉴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향해 ‘채찍’ 대신 ‘당근’을 제시한 것은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 간 대화 국면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밝힌 대로 현 시점을 ‘남북한 간 신뢰와 협력이라는 선순환으로 가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청와대 참모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이 아직 도발을 하지 않은 시점에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 징후가 아직 확실하게 포착되지 않은 만큼 일단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것.

○ 북한 추가 도발 막기 위한 ‘외교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는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8월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면서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출국에 앞서 25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분명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외교 노력은 유엔총회 안팎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25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집착과 소극적인 대화 태도를 버리고 남북대화에 호응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반 총장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는 데 국제 사회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주요 연구기관 대표 및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이 계속됐던 남북 관계 패러다임을 원칙과 신뢰를 토대로 하는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바꿔 나가려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고,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화의 문은 한편으로 열어 놓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예고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가면서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박 대통령은 애초 기조연설 초안에 없던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연설 직전 긴급히 추가하기도 했다.

이수용 北외무상 빈자리 28일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뉴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수용 北외무상 빈자리 28일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뉴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평화’ 30차례 언급

박 대통령은 브라질, 미국, 폴란드, 중국, 요르단, 러시아 정상에 이어 7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23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0차례 언급됐다. 이어 △인권(17차례) △개발(16차례) △북한(14차례) △안보(13차례) △한반도(8차례) △통일(5차례) △도발(4차례)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2명의 인사가 앉아 있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박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북한 대표부 자리에 앉아 박 대통령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들었던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 외무상은 26일 박 대통령의 유엔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 때는 회의장에 앉아 연설을 지켜봤다.

뉴욕=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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