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北核외교 와중에 ‘반기문 띄우기’ 나선 朴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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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박 4일의 짧은 유엔 방문 기간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모두 7차례 만났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뉴욕에 도착한 첫날 관저로 박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 때는 자신의 경험담까지 소개하며 박 대통령의 ‘새마을 외교’를 적극 뒷받침했다. 유엔 부대행사에는 사무총장이 거의 참석하지 않는 관례를 깬 파격적인 예우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반-박(潘-朴) 연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유엔총회엔 세계 각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16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한에 대해 최초의 공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위험 수위로 치닫는 북핵 억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구하는 다자(多者) 외교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수시로 반 총장을 만난 셈이다.

5월 방한 당시 반 총장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딱 부러지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4개월여 만에 반 총장을 포함한 SBS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1.1%로 1위에 올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4.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11.2%)가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잦은 유엔 회동을 바라보며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 측과 반 총장을 연결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한 억측은 아니다. 반 총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 참석도 국내 정치용이라는 뒷말이 나돈 만큼 남은 임기(1년 3개월) 동안 국내 정치에 거리를 두고 유엔의 수장으로 본분 수행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7일 대구를 방문하면서 지역 의원을 한 명도 부르지 않아 총선 물갈이 신호를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임박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대북 억지 외교에 전력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나와도 모자랄 판이다.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신경 쓰느라 나라의 존립이 달린 안보 외교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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