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34>명절 말다툼 예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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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후유증의 막을 여는 게 대개는 말다툼이다. 아내를 격분케 했던 말 세 가지를 추려 본인의 군복무 경험과 결합해보면 말다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첫째, “그깟 부엌일이 뭐가 힘들다고 그래?”

명절 부엌일은 여성판 유격훈련이다. 유격 체조에 ‘쪼그려 뛰기’가 있다면, 명절 부엌의 기본자세는 ‘쭈그려 앉아’다. 쭈그려 앉은 상태의 장시간 노동은 강도가 유격 체조와 맞먹는다.

‘쪼그려 뛰기’가 하체 근육을 단련해주는 반면 오랜 ‘쭈그려 앉아’는 목과 허리, 무릎에 부담을 주어 정형외과 환자를 만든다. 대다수 어머니는 식탁과 의자를 마다하며 이 자세를 고집한다. 군대에서는 환자를 열외시켜 준다. 어머니도 말로는 쉬라고 한다.

둘째, “어머니랑 형수들이 뭘 그렇게 못살게 굴었다고!”

과거 군대에선 때리는 고참보다 미운 이가 고춧가루 뿌리는 왕고참이었다. “애들이 (군기가) 빠졌더라.” 그 한마디면 새벽에 내무반 뒤로 집합당할 이유가 충분했다.

명절 시즌마다 온갖 매체들이 ‘말조심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기필코 상처를 주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연휴를 시작하는 이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부엌에 모여 일을 하며 웃는 얼굴로 상대의 얼굴에 고춧가루를 뿌린다. 군대의 점호 때 흰 장갑으로 구석구석 점검하듯 안부를 상세히 묻다가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온 동생’처럼 아픈 곳을 찔러야 직성이 풀린다. 은근한 어투 안에 강력한 어퍼컷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남자에게는 여자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시종일관 웃던 아내가 시골집을 뒤로한 자동차가 큰길로 나서는 순간 돌변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기껏해야 1년에 두 번인데 그냥 착하게 해주면 안 되냐?”

처가로 출발하려는데 어머니가 붙잡는다. “누이네 온다는데 같이 밥 먹고 가지 그래?” 며느리에겐 ‘시누이 가족상까지 차려주고 가라’는 뜻이다. 군대로 치면 ‘근무 인원이 부족하니 휴가자 돌아오면 제대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군대와 명절은 당연히 다르다. 군대는 한 번 다녀오면 끝인 반면 명절에는 제대가 없다. 상명하복이 기본인 군대에선 고참이 되면 편해지지만, 여성 세계에선 손아랫사람이라고 일사불란 따르지 않으며 고참도 열외가 없다. 그들에게는 평생에 걸쳐 시끄러운 게 명절이다.

아내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만을 토로한다면 별일 아니라고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아내의 치부책에는 켜켜이 쌓인다. 잠자코 듣는 게 최선이다. 해결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은 1년에 두 번이고, 아내와 건강하게 살고 싶은 날은 새털처럼 남아 있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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