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분양 노리고… 배당주펀드로 자금 굴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추석밥상, 얘기 나눠요 부동산-주식 투자 전략]
부동산시장 안갯속… 분양은 비교적 맑음

《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올해 부동산시장은 성수기, 비수기 가릴 것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봇물 터진 듯 쏟아지는 분양 물량을 보며 ‘이제 오를 만큼 오르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과 천장을 모르고 치솟는 전세금을 보며 ‘아직은 더 갈 거야’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뒤섞여 있다. 》

추석 이후 10, 11월에 전국적으로 10만 채 이상의 새 아파트가 분양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전세금과 월세 부담을 고려하면 아파트 청약에 나설 좋은 기회지만 집값 전망이 불확실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리하게 투자 목적으로 빚을 내 아파트 청약에 뛰어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을 매수하려는 지역에 향후 2, 3년간 신규 아파트가 얼마나 들어설지, 실수요자가 얼마나 될지, 자신의 소득과 자산 상황은 여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매수지역과 시기를 결정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 “집값, 연말까진 오르지만 내년엔 글쎄…”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2014년 6월 셋째 주부터 2015년 9월 셋째 주까지 65주 연속 오르는 등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 주택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졌고,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남권 아파트와 수도권 신도시의 신규 분양 물량을 선점하려는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주택시장이 오름세를 탔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들어 변수가 생겼다.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대형·고가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분양시장의 호황에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공급에 나서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말까지는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 때문에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아파트 구입에 나서려는 세입자가 많아 올해까지는 아파트 매매가가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가계부채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내년부터는 투자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까지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거시경제 전반이 경색된다면 주택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상반기까지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지 1년이 채 안 돼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1∼2%의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도 “내년에도 서울 강남권 등에서 재건축에 들어가는 아파트가 많아 일시적으로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총선이 있는 내년 4월까지는 전세금과 매매가 모두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아파트 분양시장은 비교적 ‘맑음’

내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다는 예상이 나온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잔금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 데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서울 강남권 등의 ‘알짜’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가점제를 적용하는 민영주택 청약에서 다주택자를 감점하던 제도가 올해 2월 폐지되는 등 청약 요건이 간소화됐다”며 “청약 인원이 크게 늘고 분양권 전매도 활발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분양시장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주택 시세보다 높지만 수요자는 중도금 대출 등을 통해 분양가를 나눠 낼 수 있다”며 “당장 목돈이 없는 수요자도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을 이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지방에서는 도심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편의시설 등 정주 여건이 갖춰진 도심에서 공급되는 데다 향후 웃돈(프리미엄)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이 계속 이뤄지겠지만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갈수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희소성이 있어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실장은 “지난해까지 신규 분양이 뜸했던 부산 대구 울산 등의 도심 재개발 아파트가 내년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장 휩쓸리지 말고 무리한 대출 삼가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가계부채, 중국발(發) 경기 둔화 등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2000년대 호황기처럼 큰 폭의 집값 상승을 기대한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위원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집값 상승폭이 작고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대출잔액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대출액이 연간 가처분 소득의 80%를 넘기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상황과 자산 규모에 따라 매수 타이밍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센터장은 “연내에 꼭 내 집 마련을 하겠다면 새 아파트 청약을, 그게 아니라면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기존 주택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안명숙 센터장도 “전세금 인상 부담이 큰 실수요자는 언제든 매입에 나서도 되겠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내년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증시, 美금리-中경기-韓실적 ‘3大 변수’ ▼

《 한동안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은 중국의 경기 하강과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때문에 급격히 식고 있다. 한국 자산시장의 두 축인 부동산과 주식시장 모두 투자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 어떤 전략을 갖고 투자해야 할지를. 》


한국 증시는 상장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미국, 중국발 대외악재가 얽혀 탈출하기 어려운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줄줄이 하락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2개국(G2)을 둘러싼 안개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언제 시작될지, 중국의 경기 불안은 언제쯤 끝날지, 한국 전자, 중공업, 정유업체들의 실적은 언제나 회복될지 등이 추석 연휴 이후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수들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기 힘든 사안인 만큼 당분간 보수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 3대 변수는 미국, 중국, 3분기 국내 기업 실적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12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유예하면서 ‘연내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는 “빠르면 10월에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리 쉽게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아무리 좋다 해도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또 다른 변수다.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8월의 ‘깜짝’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처럼 전 세계 증시에 충격을 주는 또 다른 정책카드를 꺼낼 수 있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환율 조정 등 강력한 정책을 쓰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흔들리게 되고, 이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실적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대외요인인 ‘G2 변수’보다 더 중요한 게 국내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상장기업들의 2015년 전체 실적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어느 정도 회복할지,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하락의 타격을 어느 선에서 방어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 배당주, 선진국 상대적으로 안전

전문가들은 투자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안정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차지운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투자 수단”이라며 “정부의 정책 덕분에 상장사들이 앞으로도 배당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좋은 배당주를 고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부터 이달 24일까지 배당주펀드에는 2688억 원이 유입됐다.

해외투자를 고려한다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더 안정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그나마 미국이나 유럽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현금성 자산에 돈을 묻어 두라는 조언도 많다. 변동성이 완화될 때까지 머니마켓펀드(MMF)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83조 원 수준이었던 MMF 설정액은 8, 9월 동안 110조∼120조 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김대열 하나금융투자 도곡지점 프라이빗센터(PB) 부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방어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빚내서 투자하거나, 어느 한 분야에 다걸기(올인)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배당주펀드#재건축아파트#주식투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