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관진이 결정한 한국형 전투기, 靑민정 왜 이제 조사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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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대 무기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차질과 관련해 청와대가 어제 “민정수석실에서 KFX 사업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국감에서 미국 정부가 올 4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장비 통합 등 4가지 핵심기술 제공을 불허한 사실이 국민 앞에 폭로됐다. 청와대가 방사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지만 다른 곳도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방사청 차원이 아니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던 2014년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차기전투기(FX) 사업의 단일 후보인 록히드마틴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정부 간 계약) 방식으로 구매할 것을 결정했다. 이미 FMS 방식의 수의계약으로는 핵심기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새누리당에서 나온 다음이었다. 방추위가 2013년 9월 24일 단일 후보였던 보잉의 F-15SE를 스텔스 성능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시키고 재추진을 결정했을 때도 위원장은 김관진이었다.

김 실장은 2013년 9월 3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국방 업무에 국방부 장관이 책임을 안 지는 분야는 없다”며 “특히 세금 8조3000억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에 대해 책임지고 (기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은 사업제안서에서부터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방사청도 이를 알았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대한 채 계약했다. 최근 온통 이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한데 국가 안보컨트롤타워의 수장인 김 실장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 대면보고가 올 3월이 마지막이었다”며 미 정부에 핵심기술 이전이 거부된 사실을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을 방사청장에 임명했는데도 장 청장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장 청장은 “저를 믿고 맡겨주면 국내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을 겪은 뒤, 우리도 적을 ‘참수’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으면 경위가 뭔지, 관련 비리는 없는지 알아내야 한다. 더구나 KFX 개발 차질로 2020년 이후 방공 전력의 공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방사청이 잘못한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김 실장이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인지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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