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기용]단통법을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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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산업부 기자
김기용 산업부 기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주년 기념 이벤트를 30일까지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단통법 시행 후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댓글로 달면 추첨을 통해 안심스테이크, 아이스크림케이크, 치킨, 커피 등을 선물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이벤트 공지사항에 ‘혹시 (과거에) 여러분은 호갱(호구 고객이란 뜻의 은어)님이었나요?’라는 문구를 넣은 것을 보면 미래부가 어떤 내용의 ‘진솔한 이야기’를 원하는지 짐작이 간다.

미래부는 단통법의 최대 성과로 모든 소비자가 차별 없이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꼽고 있다. ‘호갱’이 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벤트 시작 나흘째인 24일 오후 현재 댓글이 1130개 달렸다. 댓글은 계속 늘고 있다. 미래부 페이스북의 다른 게시글에 일반적으로 1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공이다. 그런데 미래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이벤트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댓글이 더 달리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댓글에 단통법에 대해 듣고 싶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1130개의 댓글 가운데 단통법을 옹호하는 글은 얼핏 봐도 10개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댓글은 미래부와 단통법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새 휴대전화 구입하지 않게 돼 통신비 절약했습니다” “선물 안 받아도 좋으니 단통법 폐기해 주세요” “호갱 없애겠다며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든 대단한 미래부” 등 미래부를 비꼬는 내용도 많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무뇌부(無腦府) 미래부” 등 실명으로 작성한 댓글인데도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단통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다. 하지만 미래부만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것 같다. 몇몇 공무원은 인터넷에서 폭발 직전의 불만 여론에 대해서도 ‘일부 소비자가 과격한 언어로 선동하고 있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단통법 1주년을 맞아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그 증거다. 미래부는 앞서 17일에도 기자설명회를 열고 △가계 통신비 인하 △이용자 차별 해소 △합리적 소비 정착 등 10여 가지 긍정적 변화에 대해 수치를 근거로 대며 단통법이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아 성과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국민부터 먼저 달래야 한다. 개선된 수치를 앞세워 “이만큼 나아졌으니 믿어라”라는 ‘높은 자세’ 대신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안과 보완책 등을 마련하겠다”라는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미래부는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 땅으로 내려와 현실에서 부딪쳐야 한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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