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신영석]본인부담상한제의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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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1977년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후 우리 건강보장체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도 도입 때 8.7%에 불과하던 공적보험 적용률이 2014년 98.1%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전체 의료비 중 환자가 직접 내는 의료비가 1980년 74.0%에서 2012년 36.0%로 크게 낮아졌다(비급여 제외). 건강보험 재정지출 규모도 2001년 13조 원에서 2014년 44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보장체계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체계의 재정 관리, 의료의 질 확보,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의료취약계층의 보장성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도 이 같은 과제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의료비 중 환자가 직접 내는 본인부담금이 소득수준별로 정해진 상한액을 넘으면 그 초과액을 돌려주는 제도이다. 예기치 못한 질병 등으로 발생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2014년부터 소득수준별 등급구간을 기존 3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했다. 저소득층의 상한액은 2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낮추고 고소득자의 상한액은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높였다. 그 결과 환급 대상자가 저소득층은 늘었고 고소득층은 줄었다. 한국 건강보험 보장성은 약 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의 약 80%보다 낮다. 이 제도는 우선 저소득층이라도 막대한 의료비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환급 금액의 절반가량이 요양병원에서 생기고 고소득자도 어느 정도 돌려받는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로 2014년 소득 상위 10%에게도 약 172억 원이 환급됐다. 제도의 성격에 비춰 적용 대상을 중위소득 이하로 한정하고 요양병원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입원하는 ‘도덕적 해이’ 대상자를 걸러낼 장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 이들이 의료 위험 상황에 봉착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본인부담상한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의료급여제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9%) 중 일부(2.8%)만 의료급여 수급자이다.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그리고 차상위 계층은 여전히 높은 건강보험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선 저소득 취약계층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부양의무자 조건이나 재산의 소득환산제 등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지 못한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면제해 이들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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