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온화한 미소, 살아있는 부처 만나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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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상 최대 불상展

2t이 넘는 거대한 돌덩이가 스르르 흘러내린다. 반가좌(半跏坐)로 다리를 꼰 무릎 밑으로 법의(法衣) 자락이 마치 커튼처럼 하늘거린다. 정녕 돌로 만든 것이 맞는가. 단단한 화강암을 마치 나무나 대리석을 깎듯 자유자재로 다룬 신라인들의 솜씨에 탄성이 흘러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5일 개막하는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특별전에 전시된 석조반가사유상(보물 997호)은 1.7m 높이의 하체만 남아있지만, 이것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불상 제작 당시 추정 높이가 약 3m의 세계 최대 반가사유상이다. 전시에 앞서 박물관 측이 건물 바닥이 내려앉을 가능성을 따로 점검했을 정도다.

석조반가사유상을 한참 바라보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인도 반가사유상이 눈길을 끈다. 눈을 내리깔고 깊은 명상에 잠긴 불상의 표정은 우리 반가사유상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리스 조각상을 닮은 서구식 얼굴과 머리에 두른 터번 등은 전형적인 인도 간다라 불상이다. 자세도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반가사유상이 공통으로 따르는 반가좌가 아니라 두 발을 자연스럽게 X자로 교차시킨 모습이다. 양희정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도 반가사유상은 자세뿐 아니라 표현 대상도 다양하다”며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마왕(魔王)의 반가사유상을 만든 곳은 인도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중앙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은 용산 이전 10주년을 맞아 8개국 30개 박물관에 걸쳐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불교 조각상을 총망라했다. 전시 수준이나 규모로 봤을 때 사상 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각국의 반가사유상을 비교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한 마지막(4부) 전시실에서 단연 압권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다. 평상시 중앙박물관에서 교대로 순환 전시하는 두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한 전시장에 등장한 것은 11년 만이다. 특히 1분 30초 간격으로 지붕에 달린 특수조명이 점멸하면서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다양한 방향에서 비추는 조명을 머금은 두 반가사유상을 관람할 때 주변을 360도 돌면서 감상할 것을 권한다. 불상의 신비하면서 온화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마치 살아있는 미륵불을 만난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독 이 전시장에만 불상 주위에 카펫을 깔아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 간다라와 마투라 지방의 불상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한반도, 일본 등을 거치면서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두툼한 법의를 입은 엄격한 분위기의 간다라 불상과 달리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얇은 법의를 입은 마투라 불상은 표정도 한결 생동감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초기 중국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은 5세기 북위 시대 ‘금동미륵불입상’(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에서 잘 드러난다. 곱슬머리와 허리에 착 달라붙는 법의가 인도 양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가슴과 팔뚝, 무릎 부위의 일정한 원형 주름은 중국식 요소다. 이 불상은 현존하는 중국의 초기 금동불상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상 최대 전시회답게 기획특별전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별도 도록 ‘야단법석 부처님 박물관’을 따로 발간했다. 11월 15일까지. 02-2077-9284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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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북위 시대 ‘금동미륵불입상’(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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