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서 전우 구하다 두 다리 잃은 ‘참군인’의 전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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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대령 37년 만에 정년퇴임… 15년전 지뢰사고 뒤에도 후진 양성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살신성인’의 표상인 이종명 대령(왼쪽)의 전역장을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 대령의 부인 김금란 씨. 육군 제공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살신성인’의 표상인 이종명 대령(왼쪽)의 전역장을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 대령의 부인 김금란 씨. 육군 제공
2000년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위험에 처한 전우를 구하다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대령(55·육사 39기)이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전역식을 가졌다. 사고 후에도 이 대령은 군을 떠나지 않고 정년이 될 때까지 합동군사대학과 육군대학 등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1993년 소위로 임관한 이 대령은 사고 당시 경기 파주 인근 부대 대대장(중령)으로 부임해 전임자와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DMZ로 들어갔다. 전임자가 지뢰를 밟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추가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대령은 주저하지 않고 같이 작전을 나간 부대원들에게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며 전우를 구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가 보인 살신성인의 정신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 그는 지난달 북한의 지뢰 도발로 부상을 당한 김정원 하재헌 하사를 찾아 자신의 군 생활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 대령은 전역사를 통해 “37년간 발전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같이 동참해 그 대열에서 작은 힘을 더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예비전력이자 육군의 홍보대사로 힘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령의 부인 김금란 씨도 남편의 전역식에 참석했다. 김 씨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원치 않은 사고로 군 생활 절반을 불편한 몸으로 고통과 아픔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하게 전역하는 것에 감사하고 박수를 보낸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가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당신의 다리가 돼 힘껏 돕겠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령을 포함한 대령 10명의 전역식을 주관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이 대령이 육사에 입교했을 때 4학년 소대장 생도였다. 이 대령의 군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셈이다. 장 총장은 “육군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육군을 이끌어온 여러분 덕분”이라며 “군은 여러분이 흘린 땀과 고귀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치하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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