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스테보 “올 추석엔 서울 갑니다” 아들·딸 위한 2박3일 휴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5일 05시 45분


K리그 전남 스테보-프로야구 KT 옥스프링-프로농구 KCC 포웰(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한국프로축구연맹·KBL
K리그 전남 스테보-프로야구 KT 옥스프링-프로농구 KCC 포웰(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한국프로축구연맹·KBL
■ 프로스포츠 ‘장수’ 용병… 추석 연휴 어떻게 지낼까

한국 고유의 명절 한가위는 이방인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돈을 따라 머나먼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선수들에게 추석과 한국문화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 한국에서 생활해온 ‘장수’ 용병들에게는 한가위도 이미 친숙해진 한국의 여러 풍경들 가운데 하나다. KBO리그, K리그, KBL에서 용병으로만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들로부터 한국과 한가위에 대한 감상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선수단 휴가 맞춰 가족과 서울로 역귀성”

K리그 전남 스테보


마케도니아 출신 스테보(33·전남)는 K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형’ 용병이다. 전북(2007년 1월∼2008년 7월)과 포항(2008년 7월∼2009년 12월)에서 1년 반씩, 수원(2011년 7월∼2013년 8월)에서 2년을 보냈다. 전남에는 지난해 1월 입단했다.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암카르 페름(러시아)∼쇼난 벨마레(일본)에도 잠깐씩 몸담았지만,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K리그에서 지낸 터라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자신을 “테보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동료들과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다보니 타 구단 용병들도 그에게 여러 가지 자문을 구해온다.

당연히 한국문화도 잘 이해한다. 한가위가 설과 함께 최대 명절이라는 것, 서구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잘 안다. 지인이나 구단 스태프와 대화할 때 ‘추석’이란 단어를 또박또박 사용한다. 물론 직업상 시즌 중 명절을 전부 즐기진 못한다. 집이 있는 전남 순천 일대를 관광하거나 가족과 조촐하게 외식을 하는 정도다. “제대로 놀려면 좀 멀리 떠나보라”는 전남 노상래 감독의 권유에 그는 “차가 막혀 움직일 엄두가 안 난다”고 대꾸한다.

올해는 다른 선택을 했다. 선수단 휴가에 맞춰 가족과 ‘역귀성’을 준비했다. KTX로 서울에 올라와 특급호텔에 숙박하며 롯데월드를 다녀오는 등 어린 아들과 딸을 위한 2박3일간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온 가족 모여 함께 요리한 음식 즐겨”

프로야구 kt 옥스프링

호주 출신 크리스 옥스프링(38·kt)은 2007년 처음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해 2008년까지 2년간은 LG에서 뛰었다. 헌신적 품성과 뛰어난 성적으로 주목받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2시즌 만에 한국을 떠나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한 책임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덕분에 2013∼2014년 롯데에 이어 올해는 kt에서 뛰고 있다. 선수생활 마감 이후 한국에서 코치를 해도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나다.

옥스프링이 기억하는 한국의 추석에 대한 첫 인상은 동료들의 배려다. 옥스프링은 세 자녀를 둔 가장이다. 시즌 도중 자주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에서 함께 머물며 지방 원정에도 동행한다. 그는 “동료들이 추석 연휴 때는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고 마트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위해 미리 식료품을 사둬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경기가 있을 때는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한국 고유의, 그리고 최대 명절을 맘껏 즐길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은 때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요리한 음식을 즐겼다”고 말했다.

고국의 명절에 대해선 “부활절이 한국의 추석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고 추억했다.

“경기일정 빠듯…팬이 딸에게 한복 선물”

프로농구 KCC 포웰


미국 출신 리카르도 포웰(32·KCC)은 남자프로농구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외국인선수 중 한명이다. KBL에서 5시즌째로, 올 시즌 20명의 외국인선수 중 애런 헤인즈(34·오리온스·KBL 8년차) 다음으로 많은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장수’ 용병이다. 2013∼2014시즌부터 2년간 전자랜드의 주장도 맡아 팬들에게 ‘캡틴 포’로 불리기도 했다. 올 시즌 정든 전자랜드를 떠나 KCC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포웰은 구단 관계자의 도움 없이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돌아다니고, 숙소 근처 사우나를 찾아갈 정도로 한국생활에 익숙하다. 그러나 명절 문화를 직접 접할 기회는 없었다. 그는 “추석과 설이 큰 명절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즌 일정 때문에 숙소에 머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추석은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KCC는 이번 추석 연휴 중 일정이 빠듯하다.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3경기를 치른다. 포웰은 “전자랜드 시절, 명절에는 숙소 식단이 평소와 달랐다. 떡이나 전이 있었다. 명절에 이런 음식을 먹는다는 걸 알았다. 아, 한복도 알고 있다. 전자랜드 팬 한 분이 내 딸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한국은 정이 많은 곳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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