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 절망시키는 公기관 특채비리 청와대는 아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0시 00분


코멘트
부산항만공사는 사내외의 청탁을 받은 인사팀장이 7급 계약직 3명을 특별채용한 뒤 1년 후 정규직 등으로 전환시켰다. 사장의 구두 승낙을 받았다며 특채 공고도 하지 않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뽑을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채용공고를 내서 65명의 지원자를 전원 불합격시켰다. 농어촌공사는 직원들끼리 인맥을 통해 입사 신청을 받은 뒤 면접만으로 2012∼2014년 504명을 특채했다. 감사원이 올해 1∼7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公)기관 47곳을 감사한 결과 14곳(30%)에서 적발된 인사 비리 사례들이다.

정부의 감독을 받는 공기관에서 자행되는 청탁이나 인맥에 의한 불공정 채용은 ‘신종 부패’나 다름 없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든 특별채용 제도를 비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범죄나 마찬가지다. 하기야 중앙 행정부처에서까지 ‘현대판 음서제’ 같은 편법이 자행되고 있는 판이니 오죽하겠는가. 2010년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딸이 외교부에 변칙으로 특채(5급 계약직)된 것이 드러나 옷을 벗었다. 그 직후 행정안전부의 외교부 감사에서 외교관과 고위공무원 자녀 등 10명의 편법 특채가 추가로 확인됐다. 최근엔 감사원 고위직 자녀의 감사원 특채까지 논란이 됐다.

공기관은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선망의 대상이지만 실제 취업하기는 ‘낙타 바늘구멍 통과’에 비유될 만큼 어렵다. 치열한 경쟁 때문이 아니라 그 이면에 이런 비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청년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공공기관들이 임직원 자녀에게 취업 특혜를 주는 ‘고용세습’도 청년들에게 절망을 안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지난 5년간 전·현직 임직원의 자녀와 친인척 50명을 채용한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민간 대기업의 경우 약 30%가 일자리 대물림을 노사협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청년희망펀드를 만든 선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진짜 해야 할 일은 공기관 같은 곳에서 청탁을 받아 직원을 뒷문으로 뽑는 ‘신종 부패’를 뿌리 뽑고 엄벌하는 것이다. 취업에서 원칙이 바로 선 공정경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헬(hell)조선’을 외치는 청춘의 분노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