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암각화 떼어내 박물관 보존을”“댐수위 낮춰 훼손막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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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논란…모조품 만들어 관광자원 활용 주장도
市“문화재청과 논의해 결정할 사안”

“진행 중인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댐으로 암각화 훼손을 막을 수 없으니 유로(流路)를 변경하자”, “암각화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유일한 보존 방안이다”, “울산에 식수용 맑은 물 공급이 전제돼야 댐 수위를 낮출 수 있다”.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울산시는 2009년 12월 암각화 보존 대책의 하나로 사연댐 수위를 60m에서 암각화 침수 수위 이하인 52m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른 울산시민들의 생활용수 부족분은 1544억 원을 들여 경북 청도군 운문댐에서 울산까지 지하관로를 매설해 하루 7만 t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663억 원을 들여 공업용수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울산 대암댐을 생활용수댐으로 전환해 하루 5만 t을 생활용수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대구 경북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대로 진전이 없다.

울산시는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거나 산에 터널을 뚫어 물길을 우회시켜 암각화를 보존하는 ‘유로 변경안’을 제시했지만 문화재청은 “환경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국무총리실 중재로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2013년 6월 암각화 앞에 88억 원을 들여 카이네틱댐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문화재 및 토목 전문가들은 카이네틱댐을 설치해도 암각화로 스며드는 물을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댐 설치를 위해 암각화 인근 바위 면에 접착제를 사용하면 또 다른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10여 년 만에 마련한 카이네틱댐 설치도 완벽한 보존 방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른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의회 임현철 의원은 최근 시정 질의에서 “카이네틱댐 모형실험에서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진품 반구대 암각화를 떼어 내 울산박물관에 영구 보존하고 그 자리에 모형 암각화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울산시장은 “자연절벽에 새겨진 암각화를 훼손 없이 떼어 내 이전·보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반구대 암각화는 그대로 두고 자연환경과 비슷한 곳에 ‘반구대 암각화Ⅱ’를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역동적인 들소 그림이 있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1940년 발견)도 진품은 현장에 보존하는 대신 1983년 복제품 ‘라스코Ⅱ’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는 것.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모의실험을 위해 현재 카이네틱댐 크기의 절반 정도로 임시 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은 울산시가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참조해 문화재청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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