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3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이석채 전 KT 회장 무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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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이석채 전 KT 회장(70)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24일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총 103억5000만 원의 손해를 끼치고,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임원들의 현금성 수당인 ‘역할급’ 27억50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 부분에 대해 “기업 인수나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기업가치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고 그 평가에 따라 기업 인수나 투자를 했다면 기업 가치를 낮게 보는 의견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해서 배임의 고의를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인수 대상이 된 각 회사의 가치를 낮게 잡아 배임죄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는 벤처투자의 특성을 간과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투자에 앞서 내부 논의·외부 컨설팅 결과 등 정식 절차를 밟았고 이 전 회장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 부분에 대해선 “이 전 회장이 전임 회장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 “비서실 운영자금 내지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거래처 유지 목적에 썼다”고 판단했다. 특히 축의·부의금 사용 760회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이며 모두 KT의 주요 고객 등이므로 개인적 목적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법정을 나선 이 전 회장은 “당연한 판결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회장이 재직 중인 2013년 10월22일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 전 회장은 그해 11월12일 사임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수사가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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