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불감… 환자 가족 절반 검사 안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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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감염 등 불러… 사망률 OECD 37개국 중 1위

2010년 결핵을 앓았던 40대 직장인 A 씨는 2012년 기침에 가래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한 달간 지속된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들이 결핵 판정을 받은 것. 전염된 뒤 잠복해 있던 결핵이 나타났다는 담당 의사의 설명이 뒤따랐다. 의사는 “A 씨가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자녀도 결핵검사를 받았다면 간단한 처방으로도 발병을 막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아들은 6개월가량 결핵약을 복용해야 했다.

가족 중에 한 명이 전염병인 결핵에 걸려도 환자의 다른 가족이 결핵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혜경 가천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2011, 2012년 결핵 환자 253명의 가족 총 5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거 중인 가족이 결핵에 걸렸더라도 결핵 감염 검사를 받은 환자의 가족은 281명(50%)에 그쳤다고 23일 밝혔다. 설문에 응한 가족들은 증상이 없다거나 결핵은 전염성이 없다는 잘못된 소문을 듣고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사 가족 중에서는 2차 감염도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가족 중 8명이 결핵 진단을 받았고 결핵이 발병하기 전인 잠복기 진단을 받은 사람도 15명이었다. 조 교수는 “결핵 증상이 없더라도 결핵균에 감염됐을 수 있기 때문에 동거하는 가족 중 결핵 환자가 있으면 가족 모두 결핵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며 “보균 사실이 확인된 환자가 잠복기에 치료받으면 발병 확률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대상 국가 37개국 중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1996년부터 가장 높은 국가로 2013년 사망자만 2230명에 이른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병균이 잠복해 있는 결핵의 특성상 1950, 60년대 빈곤한 상태에서 급격히 확산된 결핵이 계속해서 전염되며 유지되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양상태는 좋아졌지만 정작 면역력은 떨어져 결핵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하던 결핵검사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지난해부터 절반을 부담시켜 결핵검사 비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하자 결핵검사를 담당하는 보건소에서 검사 권유를 소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한결핵협회가 이번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결핵검사 건수는 8만7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1000여 건보다 28% 감소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결핵#불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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