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신간을 내는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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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2주기… 생전 기획 자서전 ‘나는 나를 기억한다’ 출간
“활자로 발표된 나의 첫 작품은 6학년때 동아일보에 실린 동시”

25일 2주기를 맞아 추모집이 출간되는 최인호 작가의 생전 모습. 여백출판사 제공
25일 2주기를 맞아 추모집이 출간되는 최인호 작가의 생전 모습. 여백출판사 제공
작고한 뒤에도 왕성하게 글이 쏟아져 나오니 진정 부지런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2013년 9월 영면한 최인호 작가가 생전에 기획한 문학적 자서전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가 2주기인 25일을 맞아 출간된다. 2013년 작고 석 달 뒤 유고집 ‘눈물’이 나왔고, 지난해와 올해 역시 작가가 생전에 기획한 ‘나의 딸의 딸’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가 잇달아 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나는 나를 기억한다’를 2008년 구상했다. 그해 5월 침샘암이 발병해 집필을 중단하기까지 쓴 글이 1권으로 묶였고, 2권에는 미발표 습작이 담겼다.

고인은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 등으로 1970, 80년대를 풍미한 거인이었다. 책에는 가난과 외모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유년 시절,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 어린 거인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가 문학을 업(業)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다소 어이없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또래 여자아이들이 무용대회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본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나는 순간 질투를 느꼈다.”

자신을 ‘노트르담의 꼽추’, 여학생들을 아름다운 무희 ‘에스메랄다’처럼 느낀 그는 유명한 작가가 돼 예쁜 아이들에게 인정받겠다고 마음먹는다.

최인호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58년 2월 3일 동아일보에 실린 그의 동시 ‘화롯가’. 동아일보DB
최인호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58년 2월 3일 동아일보에 실린 그의 동시 ‘화롯가’. 동아일보DB
“오손도손 화롯가에 손이 모였네/우락부락 험상궂은 우리 형님 손/….”

작가가 초등학교 졸업 전이던 1958년 동아일보에 실은 동시 ‘화롯가’다. 그는 “이 동시는 내가 태어나서 활자로 발표된 최초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에 실린 내 이름이 얼마나 신기했던지 나는 그 문예란을 잘라 두고두고 보곤 했다”며 “아마도 동아일보 축쇄판을 뒤지면 있을 것”이라고 썼다.

작가의 기억은 손에 쥘 듯 생생하다. 그는 세상을 뜬 뒤 자신의 글이 어떻게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지 알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했던 듯하다. “빛나는 젊은 날의 아름다움은 앞산의 우물 속에 숨어 있나니, 내가 부르는 노래는 또 언제 그 누구의 가슴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책 중에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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