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 “반대세력 제거하려는 것”… 文측 “야당변화 신호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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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인적쇄신 혁신안 파장] ‘살신성인’ 요구에 엇갈린 반응

새정치민주연합에 인적 쇄신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23일 일일이 실명을 거명하며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서자 일부 당사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범친노(친노무현) 중진을 끼워 넣은 채 결국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간신히 봉합된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 문재인, 안철수 엇갈린 반응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3일 국회에서 당 중진의 살신성인을 요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3일 국회에서 당 중진의 살신성인을 요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출마를 요구받은 문 대표는 “혁신위의 대안처럼 (불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출마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고민도 있어 보인다. 총선 불출마를 번복해야 하는 데다 출마 여부에 따른 득실을 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날의 칼이다. 새정치연합의 불모지인 부산 등 영남 지역 공략에 성공하면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서다.

한 혁신위원은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격돌한다면 베스트”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의명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부산 북-강서을도 출마 예상 지역으로 거론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부산 출마 제안에 대해 “처음 출마할 때부터 (지역구인) 노원 주민들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거부했다.

사실상 용퇴를 강요당한 전직 대표들은 모두 혁신위의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 김한길 의원은 아예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18대에 불출마했고, 19대에도 (당이 선거에)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또 살신성인을 하라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혁신위가 해당행위자로 지목한 조경태 의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표 잘못을 비판한 것이 해당행위라면 이게 문재인 사당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불출마 요구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비노, “친노만 남기겠다는 것이냐” 반발

혁신위의 요구에 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에 국민들이 ‘야당이 바뀌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비노 측 관계자는 “문 대표와 (문 대표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안 의원은 출마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불출마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비주류, 비노는 다 쳐낸 뒤 친노와 친노에 우호적인 세력들로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비노 측은 똑같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지만 문 의원은 명단에 포함되고, 박영선 의원은 배제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쇄신 대상에 친노와 가까운 ‘486’ 세력이 빠진 것도 논란이다. 한 혁신위원은 “박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명단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대상이 너무 넓어질 것을 우려해 제외했다”고 전했다.

○ 혁신위, ‘안철수 혁신’안에 자극받은 듯


5월 닻을 올린 혁신위는 이날로 120일 동안의 활동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최고위원회 폐지, 5본부장제 도입 등 제도 개선 부분에 집중해 온 혁신위는 마지막 날 ‘인적 쇄신’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실패했다’는 안 의원 등의 비판에 자극받은 혁신위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최대 성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룰 도입을 꼽는다. 반면 아무런 논의 없이 불쑥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가장 큰 실책이라는 평가다.

이날 발표한 11차 혁신안 중 일부도 도마에 올랐다. 혁신위는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문 대표까지 나서서 ‘천 의원 등과 총선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데, 통합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나가지 마라’고 윽박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혁신위의 미숙한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이 마지막에도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신호탄#반대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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