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美 시진핑은 어떤 모자 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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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하게 카우보이 모자를 쓴 덩샤오핑(鄧小平), 식민지 시대 유행하던 삼각모를 쓴 장쩌민(江澤民), 선물로 받은 야구 모자를 그대로 쓴 후진타오(胡錦濤)…’

미국을 찾은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개성 있는 행보로 딱딱한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이를 본 미 언론과 국민들이 마음의 문을 일시에 열기도 했다. 사이버안보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 가운데 22일 방미 일정을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미지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중국 지도자들은 방미 길에 어떻게 인간미를 더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중국 지도자들의 파격 행보를 소개했다.

1979년 1월 중국 공산주의 지도자로 처음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은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로 ‘덩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은 카우보이모자. 키 150cm의 그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모자를 쓰고 미 텍사스의 로데오 경기장에 나타나자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포드자동차 등을 찾아 질문을 쏟아내고, 카메라 앞에서 여러 번 파안대소하는 덩의 모습에 세계는 ‘죽의 장막’ 시대가 가고 개혁·개방 시대가 열릴 가능성을 엿봤다.

1997년 장쩌민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첫 방미 길에 올랐다. 인권 등 현안을 둘러싼 미중 간 견해차가 컸지만 장 전 주석은 이미지 외교 효과를 봤다. 장 전 주석 내외는 영국 식민지 시절 유행하던 검은색 삼각모와 꽃이 달린 밀짚모자를 나란히 쓰고 식민지 시대 사회상을 재현한 윌리엄스버그를 찾았다. 딱딱하고 근엄한 모습이던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06년 미국 방문길에서 보잉사 본사를 찾아 이 회사 직원이 건넨 야구 모자를 쓰고 그를 두 번이나 포옹해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도 2012년 국가 부주석 시절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한 뒤 소년다운 면모로 호평을 받았다. 현지 언론은 ‘시진핑’ 영문이름과 등번호 ‘1’이 적힌 LA 레이커스팀 유니폼을 선물받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의 사진을 앞다퉈 올렸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시진핑#방미#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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