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캐머런 “생큐, 투발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엔총회 자리추첨서 ‘투발루’ 뽑혀 美-英 맨앞줄 앉아

지난해 9월 제69차 유엔총회 때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어로 “북한의 핵은 용납될 수 없고 인권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총회장 맨 앞줄에 앉아 통역기 없이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미묘한 표정이 TV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올해 제70차 총회에선 각국 정상의 연설 내용에 따라 바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정 변화가 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맨 앞줄에 앉기 때문이다.

유엔총회장의 자리는 전체 193개 회원국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추첨해 뽑은 한 나라를 맨 앞줄(모두 8자리), 맨 왼쪽에 앉히고 그 다음부터는 국가명 알파벳순으로 배치하는 게 외교 관례다. 지난해에는 쿠바(Cuba)가 뽑혀서 키프로스(Cyprus) 체코(Czech Republic)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순으로 앉았다.

올해는 투발루(Tuvalu)가 추첨돼 유엔 상임이사국인 영국(United Kingdom)과 미국(United States) 등이 맨 앞줄에 앉게 됐다. 이러한 관례에 따라 박 대통령은 14번째 줄에 앉는다. 한국(Republic of Korea)은 알파벳 순서상 카타르(Qatar)와 구소련 국가인 몰도바(Republic of Moldova) 사이에 배치된다. 북한은 맹방인 중국(China)보다 알파벳상 10번째 뒤에 있는 국가여서 올해에는 5번째 줄인 중국의 뒷줄에 가깝게 앉게 됐다. 쿠바가 기준점이 된 지난해에는 북한과 중국의 자리가 각각 맨 앞줄과 맨 뒷줄로 떨어져 있었다. 올해에는 특히 북한과 같은 줄에 유엔총회에 처음 참석하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앉을 예정이어서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엔총회에는 유엔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이 참석한다. 그런 만큼 자리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반기문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28일 오찬 행사를 앞두고 물밑 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고위 관계자는 “반 총장이 앉는 주빈석(헤드테이블)에 앉기 위한 로비가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60주년 행사 때 유엔 의전관이었던 도밍고 팔세 씨는 훗날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사무총장 주재 오찬 행사’가 가장 힘들었다. 헤드테이블 쟁탈전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와는 앉기 싫다’ ‘어느 국가와 앉혀 달라’는 요청이 엄청나게 들어온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보통 10명씩 한 테이블에 앉는 오찬 행사는 대륙별 안배를 기초로 해서 특정 언어나 특정 종교 국가들이 편중되지 않게 자리를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자리 배치 못지않게 정상들의 연설 순서도 해마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엔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순서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잇달아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유엔 개발정상회의’(25∼27일)에선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26일 11번째와 12번째 연사로 나란히 나서고, 총회 일반토의(28일∼10월 3일)에선 첫날인 28일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각각 4번째와 7번째로 연설하기 때문이다.

유엔 관계자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연설시간대 조합’은 개발정상회의 연설을 27일 오후에 하고, 유엔총회 연설을 28일 오전에 하는 것이다. 이 시간대에 배정된 정상은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일정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미국과 프랑스가 이 ‘황금 조합’을 따냈다. 북한의 이 외무상은 개발정상회의에선 미국과 같은 날인 27일 끝에서 6번째로 연설하고, 총회에선 4일째인 10월 1일 오후 세션 13번째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유엔총회#오바마#캐머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