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소녀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의 기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3일 2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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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출간

전쟁은 인간의 삶을 극한까지 몰아간다. 일상은 없고 비상만 있다. 인간성은 바닥을 뚫고 땅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반면 전쟁은 문학을 꽃 피우는 최고의 소재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이 ‘전쟁’ 속에서 나왔다.

한국전쟁 발발한 지 65년. 여기 전쟁문학이 열매를 맺었다. 장편소설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이정은 지음 l 나남 펴냄)은 또 하나의 전쟁문학이 아니라 ‘특별한’ 전쟁문학이다. 열두 살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기록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전적 분위기가 깊게 배어있다. 한국판 ‘안네의 일기’ 쯤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과연 현실의 모든 일을 어떻게 해서 아는가, 인간의 지식과 신념은 믿을 만 한가 등이 그것이다.

소설가 고승철은 ‘전쟁이 한 가족의 여러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깊이 있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 분위기를 풍긴다. 작중 인물들은 전쟁의 분류 속에 휩쓸리면서 일상의 리듬이 깨짐은 물론 생사의 갈림길에 시도 때도 없이 직면한다. 그들 각각의 파란만장한 체험을 각각 별로로 묶어도 한 편의 장편소설이 될 만하다. ‘압축된 대하소설’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작가 이정은(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은 1994년 첫 소설 ‘시선’을 출간한 이래 가정주부로 창작에 몰두하면서 간결한 문체와 삶의 시련에서 나오는 감동적인 서사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평소에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모든 것을 기록하는 ‘현장형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상상력만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천착해 ‘낮은 곳’이 글의 밑천이 돼 글을 쓰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글에는 치열함과 리얼리티가 많이 담겨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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