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고 백남준 작가의 ‘거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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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충청으로 떠나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공예와 디자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초의 공예비엔날레 개최 이후 매회 세계 60여개국, 3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40만여 명이 관람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사진은 백남준 작품 ‘거북’.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공예와 디자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초의 공예비엔날레 개최 이후 매회 세계 60여개국, 3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40만여 명이 관람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사진은 백남준 작품 ‘거북’.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인 고 백남준 작가(1932∼2006)의 대표작인 ‘거북’(1993년). 166개의 TV모니터를 이용한 가로 10m, 세로 5m, 높이 1.5m의 대형 작품으로, 동서양의 동물 체계를 다룬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은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전시관 3층에 있다. 이 작품은 사실 올해 공예비엔날레 초대 국가인 중국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마련된 대체 작품이다. 중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불참을 통보하자 이를 대체할 콘텐츠를 찾던 조직위에 이 작품의 소유주이자 청주 출신 재미동포 사업가인 홍성은 회장이 선뜻 출품해 줬다.

이 작품 설치에는 18년 동안 백남준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TV복원 전문가 라파엘 셜리와 한국 전문가 3명이 11일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국내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어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확장과 공존(HANDS+)’을 주제로 16일 개막,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수준 높은 작품들과 각종 전시 등으로 관람객들을 발길을 끌고 있다.

백남준 특별전과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알랭 드 보통 특별전-아름다움과 행복’. 보통은 문학과 철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사랑, 여행, 건축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독특한 지적 유희를 펼쳐 온 세계적 작가다. 24세 때인 1993년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데뷔해 유럽과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11년 9월 첫 방한 때 동아일보에 ‘내 사랑 한국인들에게’라는 기고문(2011년 10월 8일자 주말섹션 O₂ 4면)을 싣기도 했다.

보통은 15팀의 젊은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통과 참여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철학, 심리학 측면에서 공예의 효용을 재발견하고, 창작에 대한 실천적 태도 변화, 나아가 공예를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올 수 있는 사회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오전 11시 청주대 다목적체육관에서는 보통의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행사가 열리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을 둘러싼 30만8193장의 폐(廢)CD 장식도 이번 비엔날레의 볼 거리다. ‘85만 청주의 꿈’이라는 이름의 이 CD프로젝트는 옛 연초제조창의 3개 벽면을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CD로 둘러쌌다. 전체 크기는 가로 180m, 세로 30m로 개막식 날 세계 기네스 기록 ‘CD 활용 최대 설치물 분야 기록 인정을 받았다.

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자 청주를 대표하는 근대 산업의 요람이었지만 공장 통폐합으로 2004년 가동이 중단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1년 이곳에서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를 치른 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까지 628억 원을 들여 이 곳에 5층 규모(건축면적 1만9천856m²)의 전시형 수장고를 조성할 예정이다. okcj.org, 070-7204-1909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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